[오피니언] 뿌리
[오피니언] 뿌리
  • 글 | 윤준선(기쁜소식한밭교회)
  • 승인 2024.12.13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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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기쁜소식
자연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섭리(16편)

 

‘근본根本’의 사전적 의미는 ‘초목의 뿌리,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이다. 보통 두 번째 의미로 많이 사용하지만 ‘초목의 뿌리’라는 뜻에서부터 시작한다. 뿌리는 영어로 root이고 이는 ‘~에서 시작하는’의 뜻을 가진 라틴어 radix로부터 유래한다. 동서양 구분 없이 뿌리는 땅에 위치한 초목의 일부분만이 아닌 본질, 시작점, 근원의 뜻을 가진다. ‘뿌리를 내리다’는 ‘근본을 두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오랜 세월 식물의 ‘뿌리’를 관찰하며 식물이 뿌리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뿌리로부터 생명이 유지됨을 알았다. 이런 지혜는 인간의 언어 속 다양한 표현 안에 녹아 있게 된다. 성경은 이런 식물의 뿌리를 통해 하나님의 세계를 표현한다.

뿌리의 생장
뿌리는 어떻게 자라는 것일까? 씨앗부터 들여다보자. 콩의 씨앗 안에는 커다란 떡잎 두 개와 뿌리 모양의 유근幼根이 자리잡고 있다. 발아 조건이 갖추어지면 씨의 껍질을 뚫고 첫 번째로 나오는 것이 유근이다. 유근은 바로 중력 방향, 즉 지구의 중심 방향으로 자라나기 시작한다. 반대로 떡잎은 중력 반대 방향으로 자라 빛을 향해 간다. 유근은 곧 뿌리로서의 기능을 시작한다. 점점 굵어지고 땅 속을 깊이 헤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곁뿌리들을 만들어 뿌리가 흙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도록 하고 흙의 구석구석을 탐색할 수 있게 한다.
뿌리에는 생장과 관련된 특별한 부위가 있다. 뿌리 끝에 있는 생장점은 뿌리 세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세포 덩어리이다. 반대로 줄기의 생장은 줄기 끝에 있는 생장점에서 일어난다. 식물이 위와 아래로 자라는 것은 식물 줄기와 뿌리 전체의 생장이 아니라, 생장을 관장하는 특별한 조직이 전권을 가지고 하는 일의 결과이다.
위와 아래로의 생장만이 아니라 옆으로도 생장하는데 이때에는 형성층이라는 특별한 조직이 생장을 관할한다. 생장점은 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서 계속 분열하는 자신의 특징을 유지하고, 또 뿌리 세포로 분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줄기세포에서 계속 분열하여 만드는 뿌리 세포는 크기가 크지 않은데, 이 세포들이 길이도 길어지고 부피도 커져서 뿌리의 모양을 갖추도록 변화한다. 뿌리 생장점은 뿌리 생장의 핵심으로, 뿌리 끝에는 생장점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골무라는 세포들이 있다.

뿌리의 흡수 기능
식물은 줄기와 뿌리라는 극명히 다른 두 기관으로 구분된다. 줄기는 지상부에, 뿌리는 지하부에 존재하며 서로 다른 기능을 하여 나뉜다. 지상부는 잎을 통해 광합성을 하여 에너지원을 만들어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이에 반해 지하부는 그런 화려한 변화와는 상관이 없다. 뿌리에서 만들어지는 뿌리털은 흙과의 접촉 면적을 넓혀주고, 물을 흡수하고 질소‧인‧칼륨과 같은 무기 양분을 흡수한다. 뿌리 내부에는 무기질과 당분이 흙보다 높은 농도로 존재해, 삼투압에 의해 흙 안의 물이 뿌리 내부로 이동하게 된다. 뿌리 안으로 들어온 물은 지상부 끝까지 식물 전체에 두루 퍼져 세포 안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런 펌프와 같은 기능은 잎이 담당한다. 잎에서 증산 작용을 통해 물을 공기 중으로 방출하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끌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때 물이 이동할 길과 같은 조직이 필요한데, 인체에 혈관이 있듯이 식물에게는 물관이 존재한다. 물관은 식물 전체에 그물처럼 두루 퍼져 있어서 물관을 통해 물과 무기질이 지상부의 구석구석으로 이동한다.

 

뿌리로부터 얻는 것들
뿌리가 있는 환경은 지상부와는 완전히 다르다. 흙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흙이 가지고 있는 성분을 흡수하고, 지상부로 이동시켜 지상부의 생장을 만들어낸다. 뿌리에서 흡수하는 물과 무기질은 식물만이 아닌 어떠한 생물에게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뿌리를 통해 흡수되는 무기질은 생명체의 세포를 구성하고 살아 있게 만드는, 생체 물질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질소는 단백질의 구성 요소이고, 인은 DNA의 구성 요소이며, 칼륨은 단백질 합성과 여러 효소들이 기능하는 데 필요하다. 식물 뿌리에서 흡수된 무기질은 일차적으로 식물이 이용하지만, 식물을 섭취하는 동물과 인간까지 이동해 생명 활동이 가능하게 한다.
뿌리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흙이라는 환경 속에 서식하는 수많은 미생물과 만나고 그들과 협력해 뿌리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고, 식물 전체에 유익하도록 관계를 만든다. 흙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식물이 자라고 살아가는데 근본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로 말미암아 결실하는 성도
뿌리가 없는 식물을 상상해 보자.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어 태양을 향할 수 없고, 지상부의 기관만으로 뿌리의 기능을 대체할 수 없어 물과 무기질과 같은 것들을 얻을 길이 없다. 형태는 있을지 모르지만 죽은 것과 같다. 뿌리가 있기 때문에 생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얻을 수 있고, 지상부가 고유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뿌리로 말미암아 지상부가 꽃과 열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의 관계에도 뿌리와 줄기의 관계와 같은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희생은 지하부 뿌리에 해당되고, 그리스도인의 기쁨과 평안은 지상부에 해당된다.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은 하나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뿌리로 삼아 피어나는 꽃이요, 열매들인 것이다. 좋은 나무는 뿌리가 튼튼하듯, 삶 속에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이 충만한 그리스도인의 마음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이 튼튼하게 자리하고 있다.
예수님의 희생과 죽음이 우리 죄를 씻고 허물을 덮어 우리를 영원히 온전케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깊이 심겨진 사람은 그로 말미암아 평화의 열매가 강렬하게 피어난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사 53:5)
우리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게 된 것은 예수님이 찔리시고 상하셨기 때문이고, 우리가 평화를 누리는 것은 예수님이 징계를 받으셨기 때문이며, 우리가 나음을 입은 것은 예수님이 채찍에 맞으셨기 때문이다. 뿌리가 깊고 튼튼한 식물이 잘 자라며 좋은 열매를 맺듯이,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가 이루신 일들이 깊이 자리할수록 우리 마음에 기쁨과 평화와 감사가 넓고 깊게 자리한다. 


윤준선 이학박사. 카이스트와 동 대학원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며 식물의 면역과 발달을 연구하였다. 현재 ㈜팜한농에서 인류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작물 재배에 유용한 유전자와 작물보호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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