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 더욱 잦아진 정전과 공습경보, 매순간 기도할 일 많아…
- 연습 기간부터 첫 공연까지, 세밀한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한 시간
12월, 누군가는 삭막한 겨울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기쁜소식키이우교회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2024년의 대미를 장식할 ‘크리스마스 투어’를 위해 각 지역에서 모인 청년들의 연습소리, 노래소리, 의상팀과 소품팀의 분주한 작업 소리 등으로 온 교회가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안에서 크리스마스 투어는 이제 영영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지난 2022년 겨울, 약속의 말씀을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고, 어느새 3년째를 맞이했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크라이나 내 상황은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지만, 매년 투어를 통해 절망에 빠져 있던 이들이 희망과 기쁨을 얻는 것을 보았던 청년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마음을 모았다.
지난 공연을 잊지 못하고 투어팀을 다시 초청한 여러 도시들과 더불어 새롭게 추가된 도시들까지 포함해 이번 투어는 12월 13일부터 29일까지 1차 투어, 1월 6일부터 12일까지 2차 투어로 나뉘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총 22차례 선보일 예정이다.
2024 우크라이나 칸타타 포스터 및 투어 일정
풍성한 후원과 함께한 연습 기간
이번 투어를 위해 청년들은 지난 10월부터 매주 주말 키이우교회에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연기자부터 스태프까지 최소 60명이 모였고, 12월에는 2주간의 전체 합숙이 시작됐다. 키이우교회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 교회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했는데 이들을 전부 먹이고 따뜻하게 재우기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더욱 잦아진 러시아의 공습으로 매일 정전되는 시간이 늘어났고, 전기 부족은 난방부터 시작해 투어 준비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어려움이 배가 되어가는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기쁜소식키이우교회 류의규 목사는 "이 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희생과 눈물이 있었는지 우리는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러한 희생 덕분에 우리가 이 귀한 구원을 받을 수 있었고, 이제는 투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전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투어라는 마음으로 풍성하게 후원도 받고, 함께 발걸음을 내디뎌 봅시다."며 교회의 마음을 전했고, 이는 투어 준비팀을 비롯해 모든 형제자매들의 마음속에 도전과 소망의 불씨를 일으켜 주었다.
신기하게도 교회가 한마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나님이 풍성하게 채워 주시기 시작했다. 전기 부족으로 난방이 어려워져서 숙소별로 단열재를 추가해야 했는데, 한 건설자재 회사에서 단열재를 무료로 후원해주었다. 감자와 야채, 빵, 달걀, 유제품 등 매일 주식으로 먹는 필수 식재료는 물론, 피자, 치킨과 같이 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들도 모두 후원 받아, 연습 기간 내내 풍성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간증1. 빠샤 쉐페치코 - 소품팀]
"칸타타를 준비하면서 여러 후원을 받아보았지만, 단열재와 같은 건설자재 후원은 처음 찾게 되었습니다.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발걸음을 내디뎌 보았습니다. 여러 건설자재사를 방문해보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단열재를 가진 곳을 찾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또 거절도 많이 당했습니다. 며칠간 많은 기도가 됐습니다. 그러다가 한 건설자재사의 직원을 만났고, 직원은 큰 기대는 하지 말라며 사장님의 연락처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공연을 소개하게 되었는데, 며칠 뒤 단열재를 후원해주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단열재를 가지고 오던 날, 후원자를 찾아 돌아다녔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며 무척 감사했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절대 발걸음을 내딛지 않을 사람들인데, 룻이 나오미의 인도로 이삭을 주우러 갔다가 보아스를 만났듯이, 우리도 교회가 이끌어주는 대로 나아가다 보니 이런 기쁨을 만나는구나, 감사했습니다."
또한 투어 기간 쓸 포토존, 홍보용 달력들도 모두 후원을 통해 무료로 인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 교회가 기뻐했던 또 하나의 소식, 투어를 앞두고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대형트럭이 생겼다. 투어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무대세트와 소품을 모두 넣을 수 있는 트럭이 없어 매번 어려움을 겪었는데, 하나님이 한국 교회를 비롯해 여러 후원을 통해 재정을 채워 주셨고, 투어 직전 트럭을 구입할 수 있었다. 광고를 크게 실은 투어팀의 트럭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누빌 것을 생각하며 모든 형제자매들이 함께 기뻐했다.
이번 투어를 두고, 우크라이나 문화부 및 여러 시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후원해주었다. 포스터 인쇄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문화부의 로고 후원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로고 사용을 허락해 주었고, 크리스마스 투어의 뜻깊은 행보에 감사와 지지를 보낸다는 편지 또한 함께 동봉해주었다. 이 외에도 여러 도시에서 시청 로고 사용을 허가하며 투어를 응원해주었다.
크리스마스 공연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을 만나러
12월 13일, 키이우에서 약 40km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 야스나고랏카(Ясногородка)에서 첫 번째 공연이 열렸다.
원래 투어 시작은 14일부터였다. 그런데, 투어 소식을 접한 야스나고랏카 지역연합 주민위원회의 간곡한 요청으로 인해 예정에 없던 13일 공연이 추가되었다. 작은 시골마을들의 연합이다 보니, 지역 내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을 준비해 주었음에도, 작은 무대, 발전설비 부족, 화장실의 부재 등 열악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온 마음으로 투어팀을 기다리는 주민들의 간절함이 투어팀의 마음을 계속해서 두드렸다.
그렇게 도착한 야스나고랏카,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식사와 함께 마을 주민들이 투어팀을 맞았고, 깨끗한 대기실, 맛있는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 공연장 앞에는 작지만 깨끗한 간이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었다. 투어팀을 위해 온 마음을 쏟은 흔적이 역력했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 도로는 눈으로 덮이고, 얼어붙어 갔지만, 첫 공연장에서 맞이한 투어팀의 시작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했다.
오후 2시, 전기시설이 열악한 공연장이라 아직 해가 밝은 오후 시간대에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공연이라 모두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무대 위에서는 금세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쳐 보였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하나님이 아름답게 공연을 이끌어가주심을 볼 수 있었다.
더욱 감사한 것은 매일같이 울리던 공습경보가 13일 오후에는 잠잠했다는 것. 리허설부터 본 공연까지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을 모두가 기뻐하며 무대의 막이 내려가는 순간, 전기가 꺼졌다. 정전이었다. 무대 위 연기자들부터 무대 아래 관객들까지 모두가 환호했다. 가장 중요한 예수님의 탄생을 보며, 환희의 찬송가를 함께 불렀고, 복음이 전해졌다. 가장 적절한 때에 전기가 나간 것이다. 무대의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만들어주신 하나님의 손길에 모두가 감사를 돌렸다.
[인터뷰1. 나탈리야 - 야스나고랏카 문화회관장]
"오늘 공연은 댄스부터 시작해, 밴드공연, 노래, 의상, 연기 모든 부분에 완벽했습니다. 대사 하나, 장면 하나 깊게 생각한 것이 보였고요. 문화회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기에 많은 문화공연들을 보지만 오늘 무대는 제가 본 최고의 공연 중 하나였습니다. 흔히 청년들이 나라의 미래라고 하는데, 오늘 공연을 하던 청년들을 보면서 우크라이나에도 희망이 있음을, 전쟁이 승리하고 난 후 이 청년들이 우리 나라를 이끌어갈 줄 믿습니다."
[인터뷰2. 스비틀라나 페트롭스카 - 비쉡스크 마을 의회 체육관장]
"오늘 저는 매우 아름답고 매혹적인 크리스마스 공연에 참석했습니다. 공연 내내 기쁨과 감탄으로 보았습니다. 배우들도 좋고, 풍경도 좋고, 음악도 좋고. 정말 좋은 일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공연을 통해 스스로 자극을 받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꿈’ 또한 이뤄지길 바라고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기원하고,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는 투어팀 여러분에게도 늘 꿈, 희망, 자신감이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날인 12월 14일, 투어팀은 두번째 도시 파스티브(Фастів)로 향했다. 파스티브는 키이우 주 내에 위치한 인구 약 4만 명의 작은 도시로, 투어 전체 진행을 맡은 마랏 목사의 사역지이기도 하다. 파스티브에서도 공연은 모두에게 기적과 같았다. 그 소식을 간증과 함께 전한다.
간증 – 나타샤 사드크바 사모 (기쁜소식파스티브교회)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지휘하시는 것을 보며, 너무 행복했습니다. 사실 우리 교회는 크지도 않고 성도도 10명 정도밖에 안 되어서 40명이나 되는 손님을 어떻게 맞이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약속에 신실하신 주님이 모든 것을 채워주셨습니다. 시청, 식당, 피자가게, 주변 교회들까지 곳곳의 문을 열어주셨고, 우리 형제자매님들 모두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은 도움과 후원을 주시는지 보았습니다. 공연 시작 직전 공습경보가 울려 이미 홀 전체가 만석이 되었음에도 관객들에게 모두 방공호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어팀과 함께 교회 전체가 기도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알람이 울린 지 30분 후, 경보가 바로 취소되어 다시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기다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떠나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예정대로라면 단전이 되었어야 하는데, 콘서트 준비시간부터 공연 내내 정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준비부터 시작해서 콘서트 전체를 지휘하셨습니다. 전쟁 위에 형편 위에 계신 하나님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공연 직전 울렸던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관객들이 다시 객석을 채웠다. 500석 홀이 빈 자리 없이 가득찼다. 공연을 기다려 온 파스티브 시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밴드 RIDNI의 흥겨운 캐롤과 라이쳐스 스타즈의 활기찬 댄스가 콘서트의 문을 열었고, 기쁜소식키이우교회 류의규 목사가 “같은 상황에서도 소망의 눈으로 보느냐, 절망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상황은 아주 다르게 전개됩니다. 우리는 죄와 어둠 가운데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빛과 소망을 전하기 위해 이 투어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이 예수님의 구원의 소망이 더욱 필요할 줄 알고 있으며, 공연을 통해 여러분 모두 그 사랑을 만나길 바랍니다.”며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진 뮤지컬 무대는 예수님의 탄생을 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감동시켰고, 공연이 끝난 후 삼삼오오 기념촬영을 하는 관객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함을 볼 수 있었다.
[인터뷰1. 이거리-파스티브 시 공연 참석자]
"오늘 저는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공연에 참석했습니다. 공연은 아주 놀라웠고, 요즘과 같은 때에 매우 의미 있고 필요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들이 로마인들의 손에 고통을 당하는 장면, 그러한 상황 속에서 메시아가 태어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도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그런 희망의 별, 희망 그 자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다시 오신다면 제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고 싶습니다."
[인터뷰2. 드미트로-파스티브 시 공연 참석자]
"안녕하세요. 저는 아내가 이번 콘서트에 사진 작가로 초청되어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무대 연출부터 공연의 모든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예수님의 탄생’을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좋았는데요. 요즘은 크리스마스를 하나의 기념일로, 형식적으로 지나갈 때가 많은데, 크리스마스는 사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모두가 이 사실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마의 압제 아래 고통하던 유대 민족의 시간이 꼭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건 유대 민족이 괴로웠던 근본 문제는 바로 그들의 죄로 인함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 죄를 사하기 위해 예수님이 오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 탄생의 진정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 우리 도시에 와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공연을 널리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야스나고랏카와 파스티브를 시작으로, 투어팀은 약 한 달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칸타타는 복음입니다. 복음의 일은 하나님이 기뻐하시기에 하나님이 다방면으로 도우실 수밖에 없습니다." 종을 통해 자주 들렸던 투어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 그 마음을 품고 나아가는 투어팀의 마음에는 누구보다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믿음이 있다. 앞으로의 여정을 세밀하게 지키실 하나님이 소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