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섭리(17편)
생물
우리 주변을 둘러싼 자연 세계는 생물과 무생물로 나뉜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생물은 성장하고, 번식하고, 반응하는 특징을 가진다. 하나의 개체가 자라고, 그 개체와 동일한 개체를 만들어내며, 개체 내외부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대처하고 반응하는 능력은 생물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다. 무엇이 생물의 이런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생물을 생물로 만드는 근원은 무엇일까?
정보와 DNA
생물의 성장, 번식, 반응을 결정하는 데는 논리가 필요하다. 생명체 안에는 수많은 정보들을 취합하고 어떤 정보들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가 구석구석 쌓여 있다. 생명체는 그런 정보를 이용해 매순간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하는 초거대 회로와 같다. 실제로 일하는 것은 화학적으로 구성된 물질이지만, 그것이 하고자 하는 것은 정보의 흐름과 논리에 따른 결정을 만드는 것이다. 복잡해서 무질서하고 얽히고설켜 보이지만 정교하게 교통의 흐름이 있어서 각각의 구분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정보들이 드러나 또 다른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장 근본이 되는 정보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언어를 예로 들면, 26개의 알파벳으로 수많은 조합을 만들어 영어라는 언어를 구성하듯이 생명체의 근본이 되는 정보는 DNA라는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라는 4개의 화학물질이 어떤 순서에 맞게 나열되어 하나의 유전자를 구성하고, 이 유전자들이 모여 유전자 전체(유전체)를 만든다. 유전자는 생명체가 어떻게 기능할지 적힌 한 권의 책과 같다. 책 한 권이 전달하는 메시지처럼 DNA는 생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큰 메시지 안에 담긴 작은 낱개의 정보들은 필요에 의해 읽히고, 해야 할 일을 담아 세포 안 구석구석으로 이동한다.
DNA의 이런 기능은 마치 컴퓨터 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유사하다. 컴퓨터 안에 담긴 수많은 정보가 0과 1을 만들어내는 반도체로 구성된 하드디스크라는 저장매체에 저장되고 보존되며, 필요할 때 정보를 읽어내 사용한다. DNA도 그렇다. 컴퓨터가 한 곳에 0, 1 두 가지 경우만 가능하다면 DNA는 A, T, G, C 네 가지가 가능해 두 배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또 저온의 건조한 상태가 유지될 경우 반도체의 수명이 10여
년 정도인 데 반해 DNA는 거의 영구적으로 보존 가능하다. DNA는 인간이 만들어낸 정보 저장 매체보다 안정적이고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내며 아주 적은 공간만을 차지하는 미세하고 정교한 구조물이다.
정보 오류, 돌연변이
이런 DNA는 아주 단순한 미생물에서부터 인간까지 모든 종류의 생물이 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에 오류가 발생할 때가 있다. 세포 안팎의 영향으로 일부 DNA가 변형되거나 유실되기도 하고, 없었던 DNA가 끼어들어오기도 한다. 돌연변이라고 하는 이런 변화는 변형된 정보를 만들어내는데, 유전체는 이런 변화가 치명적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실 한 종 안에서 이런 변화 덕분에 다양한 품종이 만들어지고 다양성을 확보해 생물종이 더 유연하게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생명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암을 들 수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적절한 통제하에 분열하고 증식하는 데 반해 암 세포는 그러한 통제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증식한다. 또, 다양한 유전 질환을 들 수 있다. 이런 질환은 보유 환자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형된 DNA가 후대에 그대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17세기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있었던 주걱턱 유전질환을 들 수 있는데, 왕실 유지를 위해 반복적으로 근친혼을 함에 따라 왕가 내에 유전 질환이 축적되고 말았다.
생명 정보의 복제
생명체가 성장하고 번식하는 과정은 달리 말하면 정보의 복제 과정이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해 수십조 개의 세포를 가진 성체가 되기까지, 세포는 최초의 수정란이 가진 정보를 고스란히 가지고 복제해 간다. 하나의 개체 수준에서 세포 안에 담긴 정보는 또 다른 개체, 즉 후대를 만들어낼 때에도 동일하게 복제된다. DNA는 종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하나의 개체 안에서, 그리고 그 종을 이루는 수많은 개체를 만들어내며 복제를 반복한다. 생명체의 근본은 DNA 안에 저장된 정보인 것이다.
1996년에 수많은 실패 뒤 하나의 개체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동물을 만드는 일이 성공했다. 바로 복제 양 ‘돌리’다. 복제 기술의 핵심은 DNA의 교체로, 이렇게 이루어진다. 먼저, 원래 양의 난자가 가지고 있던 DNA를 담고 있는 핵을 제거한다. 다음으로, 복제하려고 하는 양의 세포가 가진 DNA를 담고 있는 핵을 추출한다. 마지막으로, 추출한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삽입한다. 완전한 정보의 교체인 것이다. 이제 정보가 교체된 세포는 원래 양이 아닌 복제하려고 하는 양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분열을 시작하고, 마침내 복제된 양이 탄생한다.
마음의 복제
인간의 마음에도 DNA가 존재하는가?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DNA를 가지고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사탄이 인간의 마음에 하나님을 불신하는 마음을 넣었다. 그 마음이 인간 안에 들어와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대적하는 삶을 살게 한다. 마치 돌연변이가 생겨서 치명적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사탄의 DNA가 고스란히 우리 마음의 DNA가 되어 그 안에 담긴 정보대로 우리 삶이 펼쳐지는 것이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긍휼히 여겨 예수님을 보내셨다. 우리 스스로는 사탄의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우리로 하여금 실패하게 하여 자신을 믿을 수 없게 하신다. 그렇게 비워진 마음에 예수님의 마음을 심으신다. 예수님의 마음 DNA가 우리 안에 복제되어 예수님의 삶을 살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