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의 약속이 꽃피고 열매맺는 피지에서
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 _198회
45년 전 대구 작은 예배당에서
피지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 가운데 그 어느 섬보다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난디 공항에서 차를 타고 수도인 수바까지 가는 해안도로는 약 170㎞쯤 되는데, 주변의 산과 바다가 이루는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오래 전 대구에서 지낼 때가 떠올랐다.
45년 전, 나는 대구 계명대학교 네거리에 있는 조그마한 건물 2층에 세로 들어가 교회를 시작했다. 그땐 겨울이 너무 추웠고 먹을 양식이 없어서 굉장히 어려웠지만, 아버지가 사주신 자전거를 타고 심방을 다니고 전도를 다니는 게 감사했다. 어느 날, 그날도 주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형제 자매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예배당에 혼자 남았다. 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가기가 싫었다. 집에 가도 추운 방에서 자야 하고 먹을 양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내 보기가 미안해서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썰렁한 예배당 바닥에 자주색 방석을 몇 장 놓고 엎드려 주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배가 너무 고픕니다. 양식을 주십시오. 하나님, 날씨가 너무 춥습니다. 연탄을 주십시오. 하나님, 저희들에게 돈이 정말 필요합니다. 물질을 주십시오.”
남태평양 섬들에는 누가 복음을 전하겠습니까?
감사하게도, 그렇게 기도하다 보면 나 자신을 잊고 형편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하나님의 보좌에서 하나님과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에는 배고픈 것도 잊고, 추운 것도 없어졌다. 조금 전까지는 “배가 고픕니다. 어렵습니다.” 그랬는데, 마음이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 차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하는 기도를 드렸다. 기도는 계속 이어졌다. “하나님, 이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할 수 있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아프리카에 이 복음이 들어갈 수 있게 축복해 주시고 인도에도 복음이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한참을 기도하다 “하나님, 남태평양에 많은 섬들이 있습니다. 그 섬들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살며 무얼 먹고 삽니까?” 하고 자주 물었다.
“하나님, 그들은 이 복음을 알고 있습니까? 그들에게 누가 복음을 전하겠습니까? 하나님, 그들을 축복해 주시고 우리가 그들에게 가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또 그들을 위하여 방송국을 세우고 책을 출판하고 선교사를 보내서 그 섬 하나하나에 참된 복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십시오.”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는데…
기도에 젖어 있다가 눈을 뜨면 마음이 허망해졌다. ‘내가 방송국을 지어? 내가 책을 출판해? 선교사를 보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이렇게 어려운데…’ 하는 생각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는 내가 남태평양에 있는 섬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매일 그런 기도를 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때 ‘아, 이거는 내가 하는 기도가 아니야. 하나님이 내 기도를 인도하고 계신 거야. 그러면 이 기도는 하나님의 뜻이구나!’ 하는 마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하나님이 태평양에 있는 많은 섬들에 복음을 전하게 해주시겠구나. 우리가 그곳에 선교사를 보내고 책을 출판하고 방송국을 세우고 섬마다 복음을 전하겠구나!’
당시 형편을 보면 허망하기 그지없는 꿈같은 이야기인데, 그 꿈을 하나님이 주셨다면 분명히 이루어 주시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믿음을 갖게 됐다. 하루는 예배를 마치고 형제들 서너 명과 다 꺼져가는 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물질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형제들에게 이야기했다.
“형제들, 우리 힘을 냅시다. 지금은 우리가 어렵고 가난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교사를 땅 끝까지 보내게 하실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책을 출판하게 하시고 방송을 하게 해서 많은 섬나라 사람들이 구원받을 것입니다.”
그러자 한 점잖은 형제가 “목사님, 어렵지만 그래도 꿈은 크게 갖는 게 좋습니다.”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는데, 지도에서만 보던 그 남태평양 섬에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다.
‘아, 드디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피지에 우리를 보내셨구나!’
수도에 도착해 피지 사람들을 만났다. 마음이 부드러워 보이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아름다운 섬 피지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역사들
한번은 같이 간 김 장로님께 “장로님, 영어 잘하세요? 저는 너무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는데, 장로님이 저희 경비하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 주세요.”라고 했다. 얼마가 지나 잠에서 깨어 보니 장로님이 그 사람과 또 다른 한 분과 같이 앉아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복음을 다 전하고 장로님이 나에게 이야기하는데 기쁨에 차 있으셨다.
우리 경비를 맡은 사람은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요즘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교회에 못 간다며, 그렇지만 하나님은 저버릴 수 없어서 매일 성경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읽는다고 했다. 그분에게 김 장로님이 죄 사함에 관한 성경 말씀을 찾아 읽어 주자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또 그분이 친구를 불러 그날 두 사람이 구원을 받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장로님은 “그동안 복음을 많이 전해 봤지만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즐거워하셨다. 나도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장로님, 그러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지 마시고 피지에 남아서 마음껏 복음을 전하십시오. 제가 한국에 가서 아내인 자매님도 피지로 가시라고 할게요.” 하자, 장로님은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더니 정말로 피지에 남으셨다. 단기선교사 한 명을 피지에 보낸 셈이다.
아름다운 섬 피지에는 아름다운 복음의 역사도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장관 내외분이 구원받고 우리가 복음 전하는 것을 전적으로 도우셨다. 장관님이 피지뿐 아니라 주변 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비를 제공하여 그들을 캠프에 초청하셨다. 그래서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이런 섬들에서 장관님들, 총장님들, 목사님들이 와서 복음을 듣고 기뻐하였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노래를 만들어 내신다
하나님은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자이시다. 하나님이 연주하는 곡만큼 아름다운 곡은 없다. 하나님은 우리 같은 인간을 바이올린 삼으셔서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노래를 만들어 내신다.
피지에 있는 며칠 동안, 하나님이 매 시간 우리를 통해 귀한 일들을 만들어 내시고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고 변화되는 귀한 일을 이루셨다. 45년 전 대구 조그마한 건물 2층에서 하나님 앞에 드린 그 기도가 지금 열매를 맺어, 남태평양의 섬 사람들이 구원받고 교회가 형성되고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이 울려 퍼질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놀랍다.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