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의 조각상 '칼레의 시민'
2020년 10월 키즈마인드 이야기 보따리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만든 <칼레의 시민>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 조각상은 로댕이 프랑스의 ‘칼레’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일을 소재로 만들었어요.
1337년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전쟁이 백 년 넘게 이어져서 ‘백년 전쟁’이라고 불러요.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에드워드 3세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프랑스 북부지방에 있는 항구 도시인 칼레를 공격했어요. 칼레는 영국에서 바다를 건너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시여서 이곳을 차지해야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영국은 끈질기게 칼레를 공격했어요. 칼레 시민들은 1년이 넘게 버텼지만 결국 영국에 패해 항복하고 말았지요.
칼레를 점령한 에드워드 3세는 시민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어요. 죽음을 맞게 된 사람들은 에드워드 왕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왕은 얼마 동안 생각한 뒤에 이렇게 답했어요.
“좋다! 너희들의 간청을 받아들여 다 죽이지는 않겠다. 그 대신 칼레를 대표할 사람 여섯 명을 뽑아 데려오너라. 그러면 그들을 죽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주겠다!”
사람들은 죽지 않게 된 것이 기뻤지만 곧 고민에 빠졌어요. 에드워드 왕에게 데려갈 여섯 명을 어떻게 뽑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에요. 길이 없어 모두가 괴로워할 때 한 사람이 나서며 자기가 대표로 가겠다고 했어요.
그 사람은 칼레의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데 시민들을 위해 생명을 버리기로 한 거예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지도자들도 차례로 손을 들고 자기들이 죽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뽑힌 여섯 명이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들을 다 버리고 목에 밧줄을 감은 채 에드워드 왕 앞에 섰어요. 이 모습을 지켜본 에드워드 3세의 왕비는 깊은 감동을 받아 왕에게 나아갔어요.
“왕이시여,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지금 제 배 안에 왕의 아들이 자라고 있는데 만약 이들이 죽으면 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제발 이들을 살려주세요.”
에드워드 3세는 왕비의 간청을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칼레의 시민 대표 여섯 명을 죽이라는 명령을 거두어들였어요.
로댕은 그 여섯 사람을 주인공으로 <칼레의 시민>이라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칼레를 구한 이들을 위대한 영웅으로 멋지게 표현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연약하고, 볼품없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표현했지요. 로댕의 조각상을 보면 한 분, 예수님이 떠올라요. 예수님은 볼품없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어요. 그리고 가장 연약하고 불쌍한 모습으로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주셨어요. 그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답고 귀한 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