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흔한 물, 귀한 물

2024년 9월호 기쁜소식 자연에서 배우다 5

2024-09-15     글 | 박남은(기쁜소식광주교회)

항공기 결빙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대단한 부자이면서 천재적인 과학자다. 그는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고 갑옷처럼 입을 수 있으며 각종 무기와 비행 가능한 슈트를 개발‧제작한다. 개발 완료된 아이언맨 슈트를 마지막으로 테스트하려고 그는 밤하늘로 힘껏 날아오른다. 아득히 높이 올라간 아이언맨의 추진 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얼어붙은 슈트는 경고음과 함께 작동이 중지되어 추락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극적으로 슈트가 다시 작동해 지면과 충돌하지 않고 날아간다. 
영화에서 아이언맨 슈트의 성능 시험은 항공기 비행 시험과 유사하게 표현되었다. 항공기가 높은 고도로 올라갔을 때 겪게 되는 특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기압이 낮아지면 산소가 희박하므로 숨을 쉴 수 없다. 또한 기압이 낮으므로 팽창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형 여객기에는 여압 시스템이 있어서 산소를 공급해주고, 지상과 유사하게 압력을 유지시켜준다. 두 번째로는 기온이 낮아진다. 대개 여객기의 순항고도(약 1만km)에서는 외부 온도가 영하 50도에 이른다. 따라서 여객기 내부에 난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 번째로는 영하의 날씨에 상공에서 구름을 통과할 때 항공기 표면에 얼음이 달라붙는다. 비행기 날개에 얼음이 부착되면 정상적인 비행을 할 수 없고, 심한 진동과 함께 추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영화에서 아이언맨 슈트가 높은 고도에서 저온으로 인해 작동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얼음이 붙어서 문제가 된 것인지는 정확히 식별되지 않지만, 항공기 개발에서는 저온 상태 시험과 결빙 상태 시험을 나누어 각각 테스트한다.

물의 특이한 현상들
나는 저온 및 결빙 상태에서도 비행이 가능한 항공기를 개발하고 시험하기 위해 매우 추운 미국의 북쪽 지역에서 비행 시험을 한 적이 있다. 
흔히 물이 섭씨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얼음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상식과 다른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림 1에서 헬리콥터 형상과 그 주변에 동그란 무지개를 볼 수 있다. 헬리콥터 형상은 구름에 비친 헬리콥터의 그림자이고, 그 주변에는 달무리와 같은 글로리 현상이 발생한 사진이다. 글로리 현상은 습기를 머금은 구름에 햇빛이 비칠 때 발생한다. 대기의 온도가 영하일 때 글로리 현상이 발생한 구름을 통과하면 항공기 표면에 얼음이 달라붙는다. 상식적으로 영하의 온도라면 구름 속의 물방울이나 습기는 얼음으로 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과냉각 물방울 상태인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겨울철에 자동차 안에 생수를 두고 내린 후, 다음 날 생수를 보면 얼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생수에 작은 힘을 가하는 순간 즉시 얼음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충격 응결’이라고 한다. 
이처럼 물에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현상 외에도 특이하고 재미있는 현상들이 관찰된다. 물과 관련된 재미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로, 추운 겨울철에 뜨거운 물을 공중에 뿌리면 연기처럼 사라짐과 동시에 큰 물방울은 얼음이 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고온의 액체였던 물이 열을 빼앗기면서 얼음이 되는 동시에 일부는 승화되어 기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림 2는 겨울철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의 풍경이다. 일반적으로 고드름은 지붕의 처마끝에 매달려 큰 대못 같은 모양인데,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은 폭포의 물방울이 바람에 의해 날아가 나뭇가지에 붙은 뒤 얼어 귀여운 지팡이 같은 모양을 만들어낸다. 

 

생활 속의 물에 대한 지식
물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한 물질로, 사람 체중의 약 60%를 차지하며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늘 접하고 흔하기 때문에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별 관심이 없는 물에 대한 상식을 몇 가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물질의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로 구분된다. 인간의 생활 환경 내에서 고체, 액체, 기체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물밖에 없다. 차가운 아이스바, 시원한 물, 증기로 움직이는 기관차가 인간의 생활 영역에서 동시 존재한다.  
◎ 물의 밀도는 섭씨 4도에서 1리터 부피가 1kg 무게를 갖는다. 철의 밀도는 1리터 크기에 7.87kg이고, 금의 밀도는 19.32kg이다. 같은 부피일 때, 철은 물보다 약 8배 무겁고, 금은 약 19배 무겁다. 어떤 나라, 어떤 장소에서도 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밀도의 기준이 물이 된다.
◎ 물의 밀도는 섭씨 4도일 때 가장 크다. 물의 온도가 증가하면 밀도는 줄어들고, 온도가 감소하여 얼음이 될 때에도 밀도가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빙하(얼음)가 물 위에 뜬다.  
◎ 물의 고체 상태인 얼음은 단열 효과가 좋다. 북극의 이누이트들이 얼음집을 지은 이유도 얼음이 구하기 쉬운 재료이며 단열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 물의 밀도가 섭씨 4도일 때 가장 크다는 것과 얼음의 단열 효과 때문에, 영하의 날씨에 호수 표면은 얼어붙지만 호수 속은 얼음이 아닌 물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겨울철에 물속의 물고기가 죽지 않는 이유는 바로 물의 밀도 특성과 얼음의 단열 특성 때문이다.
◎ 일부 자동차는 섭씨 4도에 도로의 블랙아이스에 대한 경고를 내보낸다. 섭씨 4도는 도로에 얼음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온도이고, 얼었던 도로가 영상의 날씨로 바뀌더라도 4도에서는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온도이다. 운전자가 얇고 투명한 블랙아이스를 눈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영상의 날씨라고 방심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 물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도록 하고, 체액의 주성분으로 영양소를 운반할 수 있도록 하며, 땀을 배출하여 체온을 조절하게 하고, 소화 과정에서 음식물의 분해와 흡수를 돕는다. 건강을 위해서는 항상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 물은 강하다. 물을 이용한 워터 제트 절단은 가장 강력한 절단 방법이다. 거의 모든 물질을 절단할 수 있고, 절단 시 열이 발생하지 않아 변형이 적고 정밀한 절단이 가능하다. 두께가 7cm 이상인 금속도 절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물이 흔하고 익숙하고 값싸기 때문에 특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잘 안다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에 얼음 밑에 물고기가 얼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지구라는 환경에 가장 알맞은 물질인 물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금수강산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는 물 인심이 후했다. 논에 물도 같이 댔고, 식당에 앉으면 주문도 하기 전에 물잔과 물부터 나왔다.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돈 주고 사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십 년이 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물이 부족한 곳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물이 귀하고 소중하며 잘 지켜야 한다는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흔히 희귀한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흙보다 다이아몬드가 훨씬 비싸고, 커피나 주스가 맹물보다 비싼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정말 소중한 것은 흔하고, 그 흔한 것이 생명을 위해 굉장히 많은 일을 한다는 점이다. 물 외에도 공기, 햇빛 등이 대표적이다.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선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