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화
[오피니언] 노화
  • 글 | 윤준선(기쁜소식한밭교회)
  • 승인 2024.10.10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10월호 기쁜소식
자연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섭리_14편

지구의 시간 분할
시간과 공간을 백지라고 생각해보자. 태양계라는 시스템이 우주의 어느 한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따라 태양과 행성들, 그리고 행성을 도는 위성들이 질서를 이루어 각자의 길을 운항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의 분할이 이루어진다. 지구를 예로 들면,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고 지구 자전축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는데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된다. 이 주기를 이용해 시간을 일정한 간격으로 분할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것은 1년, 지구가 1회 자전하는 것은 1일, 지구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공전하며 생기는 것은 4계절,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영한 음력의 한 달이 있다. 이렇듯 지구가 같은 경로를 일정하게 반복 운동하게끔 만들어진 덕분에 백지처럼 펼쳐져 있던 시간을 일정한 간격으로 분할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시간 분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자전으로 낮과 밤이, 지구의 공전으로 사계절이, 달의 공전으로 인한 인력引力의 변화는 지구에 일정한 주기로 변화를 만들어준다. 달의 인력을 제외하면 이런 변화는 모두 태양 빛의 양의 변화로 말미암는다. 지구에 생기는 주기적인 변화는 공전과 자전 때문에 생기는 태양 빛의 양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 변화는 지구 위 생물들의 생애를 주관한다.

식물의 노화
식물은 태양계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간다. 1년생 식물들은 봄에 싹이 터 생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와 씨를 맺는다. 식물종마다 생애 기간이 다 다르지만, 1년생 식물로 구분되는 종들은 늦어도 가을까지 생애 주기를 마무리한다.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이런 생애 주기는 유전자 안에 이미 프로그램 되어 있다. 지구가 태양계에서 만들어낸 1년이란 주기에 맞게 자신의 생을 어떻게 시작하고 마칠지가 유전자 안에 넣어져 있다. 이런 프로그램 된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이 만나 각각의 식물 개체가 생을 마치는 시기가 결정된다. 노화는 시간이 흐르며 생기는 수동적인 현상이 아니라 식물이 자신의 생을 결정하는 적극적인 반응이다.
식물은 발아 후 어린 식물 시기를 지나 성인 식물이 된다. 성인 식물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식물이 생식기관인 꽃을 피우면 식물의 생애 주기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진다. 꽃은 수정이 되면 에틸렌이라는 가스를 만들어내는데, 이 가스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꽃의 구조를 소멸시키고 열매와 씨를 맺도록 한다. 수정이 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꽃의 구조를 소멸시키도록 조종한다. 이런 식물 기관의 소멸은 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이가 든 먼저 자란 잎들은 순차적으로 노화되고 완전히 기능을 잃게 된다. 잎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노화 과정에 들어가며 점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성분들을 식물의 다른 조직으로 옮기는 일을 시작한다. 엽록소는 파괴되어 녹색빛을 잃고 세포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결국에는 식물의 잎이 줄기에서 떨어지는데 이 때 잎이 자랄 때부터 만들어 두었던 줄기와의 접합부를 절단시키는 효소를 만들어낸다. 식물 잎은 만들어질 때부터 떨어뜨릴 계획을 가지고 특수한 접합부위를 가지게끔 되어 있다. 그것이 식물 잎이 떨어질 때 항상 줄기와 연결되어 있는 부위에서 떨어지는 이유다.
노화 과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는 현상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이 부족하거나 온도가 낮을 때, 영양분이 부족할 때, 병원균의 공격을 받을 때 등 여러 스트레스 환경에서 식물은 노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병원균의 공격을 받은 잎은 노화를 거쳐 과감히 분리해 버린다. 이런 스트레스 환경은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므로 궁극적으로 종의 보존을 위해 재빨리 꽃을 피워 종자를 맺게끔 한다. 이때 잎의 노화는 늙어 개체에서 분리되는 것이라기보다 잎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성분을 다른 조직으로 옮겨 식물이 더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하는 재분배의 기능을 한다. 자연적으로 또는 스트레스로 인해 유도된 씨를 맺는 과정과 함께 1년생 식물은 개체 전체가 노화 과정을 거치며 생을 마감한다.
식물의 생애 주기 동안 함께하는 빛은 노화에까지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 빛은 여러 종류의 파장을 가지는데 어떤 파장의 빛이 공급되는지에 따라 노화가 빨라지거나 늦춰진다. 또, 하루를 기준으로 빛이 공급되고 공급되지 않는 주기가 반복되는데, 식물체는 자신을 빛 사이클에 맞춰지도록 ‘생체 시계’를 만들어낸다. 태양계의 천체 운동은 지구 위 생물이 시간의 개념을 갖게 만들어준다. 이 생체 시계도 노화를 유도하는 신호를 조절해 언제 식물체가 어떤 상태여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언제 꽃을 피워야 하는지를 결정해주기도 한다. 빛은 식물이 광합성을 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도록 하는 것 외에도 식물의 생애주기 동안 발달 과정 곳곳을 관장하는, 식물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만나게 하시려
시간은 변화를 통해서만 인지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물리 세계의 변화를 수없이 보아왔고, 경험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재의 상태가 미래에 어떻게 바뀌게 될지를 예측한다. 만약 이런 경험이 없는 어떤 사람이 물리 세계의 변화가 없는 어느 시점의 어떤 공간에 있다면,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인간이 감각하거나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물리 세계의 변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틀 안에서 만물이 존재하고, 만물은 질서 안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변화를 만들어낸다. 만물 중 생물, 생물 중 식물을 만드신 하나님은 태양계가 만들어내는 시간의 패턴에 맞춰 식물이 변화하게 하셨다. 식물의 변화 과정은 씨앗과 발아, 성장, 그리고 노화와 죽음이다. 하나님은 생물을 만드실 때 생명의 시작과 끝을 넣어두셨다. 생물에게 넣어둔 생명의 끝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새기기 원하셨다.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하라.” (이사야 40장 6~8절)
풀과 꽃은 마르고 시든다. 시간 속 변화의 종점을 그렇게 설계하셨다. 우리는 이 변화를 통해 이 세계가 영원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영원을 경험한 적이 없지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셔서 사라지는 이 세계를 벗고자 하게 하신다. 솔로몬이 말하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진리는 우리 마음이 이 세계에서 떠나 하나님의 영원한 세계를 만나게 한다. 이 세계를 지으신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만나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