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질반질한 동전
반질반질한 동전
  • 월간 기쁜소식
  • 승인 2012.11.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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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냉 사람들은 하루 세 끼를 각기 다른 음식을 먹는다. 보통 아침에는 티(tea)나 빵을, 점심에는 쌀밥을, 저녁에는 옥수수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우리가 베냉에 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아침에 빵을 사서 먹으려고 집을 나섰다. 아침에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서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기에 쉽게 빵을 살 수 있었다. 빵을 받고 100프랑짜리 동전 몇 개를 건넸는데, 빵 파는 아주머니가 동전들의 앞면과 뒷면을 살펴보더니 불어가 아닌 현지어로 화를 내듯 뭐라고 해댔다. 영문을 알지 못해 그냥 서 있다가 빵을 가지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는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불어를 못해 현지어로 계속 이야기하다가 주위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아주머니는 내가 빵 값으로 지불한 동전을 내가 손에 쥐고 있던 다른 동전과 바꾸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나중에 이 일을 내가 아는 베냉 사람에게 이야기하자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베냉 사람들은 100프랑이나 50프랑짜리 동전을 만져서 반질반질하면 절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전의 표면이 거칠거칠해야 돈으로 인정하지 그렇지 않으면 돈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나도 반질반질한 동전을 받으면 바꾸어달라고 했다. 한번은 한 형제와 오토바이를 타고 심방을 가다가 길에서 휘발유를 사고 1000프랑짜리 지폐를 기름 값으로 지불한 후, 기름 파는 사람이 거스름돈을 빨리 주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렸다. 내가 “아저씨, 빨리 거스름돈 주세요. 우리, 바빠요!” 하고 외치고 나서야 거스름돈을 주는데, 동전 가운데 반질반질한 동전들이 섞여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왜 이런 동전을 줍니까? 빨리 바꿔주세요!” 하고 소리쳤고, 주인은 겸연쩍어 하며 동전을 바꿔주었다. 그는 반질반질한 동전들을 모아놓았다가 내가 외국인이니까 잘 모를 줄 알고 그것들을 나에게 거스름돈으로 주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전도여행차 베냉 북쪽에 있는 나라 니제르(Niger)에 간 적이 있다. 그 나라도 베냉과 같은 ‘세파 프랑’을 화폐로 사용한다. 여행 중에 한번은 택시를 탄 후, 주머니에 반질반질한 동전들이 있어서 택시비로 그 동전들을 운전사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운전사가 아무 말 없이 받았다. ‘베냉에 있는 반질반질한 동전들을 가마니에 담아서 이 나라에 가져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똑같이 반질반질한 동전인데, 베냉에서 사용하면 문제가 되고 니제르에서는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느 영역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오늘날 교회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지었느냐, 짓지 않았느냐’를 따지고 있다. 그러나 성경에 보면, 아무리 죄를 지어도 예수님의 영역 안에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죄를 지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사람이 아직 율법의 영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율법의 영역 아래 있기 때문에 죄에 매이고, 죄 때문에 고통한다.
반질반질한 동전이 베냉에서는 문제가 되지만 니제르로 들어가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율법의 영역에서는 죄가 문제가 되지만 예수님의 영역에 들어가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께서 그 죄를 인정치 아니하실 사람은 복이 있도다 함과 같으니라.”(롬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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