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시아 기독교지도자모임을 마치고
아시아에서도 해야 하고,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해야 합니다
2017년 3월의 뉴욕은 아직 쌀쌀했다. 제1회 뉴욕 CLF가 열리는 마하나임 학교 접수처에는 700여 명의 목회자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여서 기대와 함께 약간의 긴장감도 맴돌았다. 나도 중국 팀들과 함께 모임에 참석하는 은혜를 입었다. CLF에 참석해 복음을 들은 목회자들이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자신들의 교회에서 말씀을 전해 달라며 강사들을 초청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이 시대에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 이 일인 것을 몸소 체험했다.
마치는 날, 우리 선교회의 사역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옥수 목사님이 “CLF를 아시아에서도 해야 하고,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해야 합니다.”라고 하셨다.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 아시아 선교사는 나뿐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시작할 때의 막막한 부담이 엄습해오면서 잠시 망설여졌다. 그러나 하나님의 종을 통해서 주사위는 던져졌고, 물러설 공간은 없었다.
“아시아는 홍콩에서 하겠습니다.”
“예, 하세요.”
그렇게 아시아 CLF가 시작되었다.
구원은 난해한 문제니 함부로 단정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기도하던 중, 홍콩의 어느 교회에서 주최한 2,500여 명이 모이는 전도 집회에 우리 전도자 10여 명이 초청을 받았다. 목회자들을 CLF에 초청하려면 우선 만나야 하기에 그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집회에 참석했던 우리 사역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들 집회 장소에서 나왔습니다.”
“아니, 왜 나왔어요? 참석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목사님, 모임에서 들을 게 없습니다. 말씀은 전하지 않고 방언 하고 노래만 부릅니다. 그래서 회비를 환불받아서 나왔습니다.”
“거기에 방황하던 사람들은 없던가요?”
“있습니다.”
“다시 들어가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세요.”
“네에? 네.”
그렇게 다시 들어간 우리 사역자들은 주최 측의 도움으로 홀을 한 칸 배정받아서 배회하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 200여 명이 말씀을 듣고 거듭나는 은혜를 입었다. 복음을 들은 사람들이 우리 사역자들을 다시 초청해서 집회를 열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 막막했던 우리는 그 집회를 기반으로 300여 명의 목회자들을 CLF에 초청할 수 있었다.
2017년 10월 7일, 아시아 목회자 대회가 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에서 열렸다. 그리고 셋째 날에 큰 역사가 일어났다. 이틀 동안 목회자들 간에 교제가 원만치 못해서 마음이 어려웠는데, 교제가 잘 안되던 인도자 한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질문했다.
“구원은 난해한 것입니다. 함부로 단정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말씀을 전하던 박옥수 목사님이 대답하셨다.
“예수님이 우리를 의롭게 하셨다는 것이 난해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구원 문제만 아니라 성경 전체가 난해합니다. 예수님이 죽은 나사로를 살았다고 하신 것도 난해하고, 물을 포도주라고 하신 것도 난해하고, 야이로의 딸이 죽었는데 잔다고 하신 것도 난해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믿으면 쉽습니다.”
“와!!!”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수많은 목회자들의 마음에 복음이 임하는 큰 역사가 일어났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튿날에는 질문했던 신학원 원장 목사님이 박 목사님을 찾아와서 ‘막힌 수도관이 뚫린 것처럼 마음에 막혀 있던 죄의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면서 구원받은 간증을 해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버려라
2019년 초에 천 명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계약한 뒤 제3회 아시아 목회자 대회를 준비했다. 그런데 목회자들을 초청하는 일에 마음을 쓰던 중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6월 9일에 홍콩 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규모가 엄청나서 200만 명을 넘어서고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시위가 커져 갔다. 몇 번 하다가 말겠거니 했지만 9월이 넘어서면서 오히려 격렬해졌다. 우리 대회가 걱정되기 시작해 기도회를 가졌다. 10월에 있는 국경절 70주년 기념행사가 분수령이 될 것 같았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비관적이었다. 문제는 홍콩 사태에 사람들이 겁을 먹고 홍콩에 발길을 아예 끊는 것이었다. 각국 정부도 홍콩 여행을 삼가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목회자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했던 아시아 여러 나라 목회자들의 불참 소식이 빗발쳤다.
중압감이 몰려와서 기도하는데, 주님이 시편 55편 22절 말씀을 들려주셨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버리라.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영히 허락지 아니하시리로다.” 형편은 여전했지만, 이 일이 내 일이 아닌 교회의 일이며 하나님의 일인 것이 분명해지면서 쉴 수 있었다. 내가 주님의 손에 잡혀 있어서 흔들리고 싶어도 흔들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나를 잡아주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 참석 신청자들의 불참 소식으로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마카오와 홍콩의 목회자 초청에 마음을 쏟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외부 목회자만 초청했지 정작 홍콩은 마음을 못 써온 터였다. 우리 계획 밖의 일이었다. 30여 명의 홍콩 목회자들이 초청되었고, 마카오에서도 처음으로 종교 부문의 입법위원이 참석하였다.
진행을 맡은 팀에서도 다수가 참석을 제한당하는 일이 일어나 문제가 되었지만, 한국 목사님들이 온 마음으로 지원하며 각처에서 미리 와서 진행을 도와주었다.
오늘만 닫힌 거지요? 오늘만?
10월 5일 아침에 어떤 사역자가 전해온 소식이 우리를 다시 한 번 긴장케 했다. 10월 4일 0시를 기점으로 시위대의 복면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밤새 격렬해졌다는 것이다. 전철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중국 대륙에서 넘어오는 길도 막혔다고 했다. 대회 시작을 이틀 앞둔 시기였기에 어안이 벙벙해서 박옥수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래요? 오늘만 닫힌 거지요? 오늘만?”
“네에? 네.”
상황은 그날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다음날은 일요일이고 월요일은 중양절 휴일이어서 시위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회 자체를 염려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하필 이때에 하냐는 원망 섞인 소리도 들렸지만, 오늘만 닫힌다는 박 목사님의 말씀이 힘이 되어서 진행했다. 그리고 말씀대로 긴급 복구로 다음날 전철도, 국경도 다 열렸다. 대회도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죄를 지을 줄 아셨는데, 왜 인간을 만드셨습니까?
진행을 맡았던 사역자들이 핍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평소에 뒷전에 있던 지체들이 중책을 맡았고, 아시아 11개국에서 목회자들이 참석하면서 하나님이 규모를 넓혀 주셨다. 큰 강당이 채워지지 않을까봐 염려했지만, 어디에서 몰려왔는지 강당을 가득 채우고 2층까지 채운 천여 명의 참석자들을 보면서 CLF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대회를 위한 기도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말씀을 듣는 분위기가 예전과 달랐다. 어렵게 참석했기에 목회자들이 한 말씀도 놓치지 않으려고 말씀에 젖어들어서 강사 목사님들의 마음에 있는 말씀들을 빼앗아가는 듯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여자 목사님이 물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죄를 지을 줄 아셨는데, 왜 인간을 만드셨습니까?”
“목사님은 아이가 있습니까?”
“예.”
“아이가 태어나면 실수할 줄 알았습니까?”
“예.”
“그런데 왜 낳았습니까?”
박옥수 목사님의 해답에 좌중은 박수와 환호를 터트렸다.
“하나님은 인간이 처음부터 선을 행할 수 없음을 아셨습니다. 하나님은 죄를 깨닫게 하려고 율법을 주셨지, 지켜서 선해지라고 주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악한 것을 알고 하나님 앞에 나아와 은혜를 입으라고 주신 것입니다. ‘나는 악뿐이다’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면 우리가 자신의 의와 선을 버리고 예수님의 의를 받아들입니다.”
신학원 개설과 마카오에 교회 개척을 기다리는 사람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를 수년 간 했지만 구원에 대해서 이렇게 세밀하게 풀어주는 곳은 없었는데, 죄의 문제가 이제야 확실하게 해결되었다’는 목회자들의 간증이 줄을 이었다. 이 복음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는 분들이 많이 일어나 홍콩에 신학원을 열기로 결정했다. 현장에서 100여 명이 접수하면서 말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카오에서 참석한 분들이 구원받고 교회를 세워 달라고 요청해서 교회 개척도 준비하고 있다. 십여 개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교회에 전도자를 파송해 달라고 요청했고, 복음을 전할 집회에 강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회를 마치면서 돌아보니, “천한 것에서 귀한 것을 찾을 것 같으면 너는 내 입같이 될 것이라.”라는 예레미야 16장 9절 말씀대로 형편은 긴박하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했지만 주님은 거기서 귀한 것을 찾아내서 당신이 할 일을 다 행하셨다. 어려운 여건 때문에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서 너무 아름다운 대회를 치르게 하셨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