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섭리_6편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의 원리를 드러냈다. 지동설이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우리가 보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에 오류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성경 속 많은 말씀과 비유가 자연 현상을 인용하고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얻은 과학 지식이 성경을 새롭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번데기의 변화 과정에 담긴 하나님의 지혜에 대해 생각해본다.
생물종들은 어렸을 때와 다 자란 개체가 되었을 때 크기의 변화는 분명하지만 생김새의 변화는 미미하다. 그런데 유독 극명한 생김새의 변화를 보이는 생물이 있다. 곤충류이다. 곤충이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며 나타내는 변화는 좀처럼 가늠하기가 어렵다. 하나님께서 곤충의 성장 과정을 특별하게 만드신 이유는 뭘까?
애벌레는 어떻게 나비로 거듭나는가?
대부분의 곤충은 알로 태어나 성충으로 자란다. 성충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몸집의 크기가 커지며 탈피를 하는데, 몇 번의 탈피 후 성충이 되거나 어느 시점에서 탈피를 멈추고 번데기를 거쳐 유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는 성충으로 자란다. 이 과정을 변태變態라고 하는데, 번데기 과정의 유무에 따라 각각 완전 변태, 불완전 변태로 구분된다.
불완전 변태 곤충은 애벌레의 모습이 성충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메뚜기, 매미 같은 곤충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나비와 같은 완전 변태 곤충의 애벌레는 우리가 흔히 보는 마디를 가진 튜브 형태를 하고 있어, 성충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곤충류의 80% 이상이 완전 변태를 거쳐 성충으로 자란다. ‘뼈를 바꾸고 태胎를 벗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연상시킨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온 이 완전 변태 과정은 20세기 생물학의 발달과 더불어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번데기가 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과정은 크게 유충 호르몬과 엑디손이라는 2가지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유충 호르몬은 번데기가 되는 과정을 저해하고, 엑디손은 번데기가 되도록 촉진한다. 탈피가 진행될수록 애벌레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유충 호르몬의 양이 적어지고 엑디손이 많아져, 어느 시점에는 애벌레가 성장과 탈피를 멈추고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가 된 후 엑디손은 애벌레로 하여금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성충의 모습을 갖게 한다.
애벌레 안에 이미 갖춰진 나비의 형상
그렇다면 애벌레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성충으로 탈바꿈하는 것일까? 애벌레는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조직과 기관의 리모델링과 세포 사멸(세포 자살) 과정을 통해 기존의 몸에서 대부분의 부위를 다른 용도로 바꾸거나 제거해버린다. 요컨대 자기 형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세포 사멸에서 얻어지는 세포 내 물질들은 애벌레가 성충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데 이용된다. 애벌레는 번데기로 있는 동안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얻을 수 없는데, 자신의 몸 안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얻는 것이다.
애벌레의 제거된 조직과 기관은 성충의 모습을 가지게끔 새로운 조직과 기관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놀랍게도 이 새로운 조직과 기관은 이미 애벌레의 몸 속에 아직 분화되지 않은 세포 덩어리 형태로 존재한다. 이 세포 덩어리를 성충판imaginal disc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 모델 곤충인 초파리를 예로 들면 입, 눈, 다리, 날개 등 전신이 되는 19개의 성충판이 애벌레 안에 자리잡고 있다. 애벌레 안에서는 성충판이 특별한 변화 없이 증식하다 번데기가 된 후 각각의 모양을 만들어간다. 모양이 만들어지며 서로 분리되어 있던 성충판은 성충에서의 위치를 잡아가고 필요에 따라 서로 접합되기도 하며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이 성충의 형태가 갖춰진다.
그 과정은 마치 씨앗과 같다. 한 알의 밀 안에 있는 배젖이 영양분이 소모되어 죽고 밀알 안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배胚가 자라 싹을 틔우는 것처럼, 애벌레의 몸이 사라지고 몸 속에 있는 성충이 모양을 갖추고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다.
애벌레 속 나비처럼, 내 안에 이미 갖춰진 하나님 형상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 3:3)
요한복음 3장에서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는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니고데모는 ‘거듭나는 세계’를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다. 니고데모와 예수님의 대화는 마치 애벌레와 나비의 대화와 같다. 하늘을 나는 나비와 땅을 기어다니는 애벌레. 애벌레는 나비의 모습을 흠모하지만 평생 볼품없는 애벌레의 모습으로 땅을 기며 살아가야 한다.
“너도 곧 나처럼 하늘을 날게 될 거야!”
나비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애벌레는 흡사 니고데모와 같다. 마치 죽은 것 같은 번데기. 그 속에서 애벌레가 죽고 나비가 태어난다. 내가 거짓되고 악한 것을 발견하고 나 자신이 부인될 때, 하나님이 나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놓으신 것을 발견하게 된다. 번데기를 통해 변화의 과정을 그리신 하나님의 지혜가 놀랍다. 이미 애벌레 안에 하나님이 만들어두신 나비의 모습이 숨겨져 있듯,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내 모습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당신이 바꿔놓으신 내 진짜 모습을 말씀하신다.
“저가 한 제물로 거룩하게 된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느니라.”(히 10:14)
하나님은 내 모습과 상관없이 나를 향해 ‘이미 거룩하고 온전하다’고 하신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시간이나 형편과 상관없는 세계이다. 하나님은 이미 창세 전부터 우리를 “거룩하고 흠이 없게”(엡 1:4) 할 계획을 갖고 계셨다. 믿음으로 그 약속은 실상이 된다. ‘나는 나비야!’ 애벌레는 이제 자신을 벗고 나비가 된다.
윤준선 이학박사. 카이스트와 동 대학원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며 식물의 면역과 발달을 연구하였다. 현재 ㈜팜한농에서 인류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작물 재배에 유용한 유전자와 작물보호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