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섭리_12편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의 원리를 드러냈다. 지동설이 맞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우리가 보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에 오류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성경 속 많은 말씀과 비유가 자연 현상을 인용하고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얻은 과학 지식이 성경을 새롭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아주 특별한 존재, 식물을 생각해본다.
세상에서 놀랍고 진귀한 물건과 기술이 전시되는 세계무역박람회. 그 시초인 1851년 ‘런던 엑스포’에서 빅토리아 여왕이 눈을 떼지 못한 전시물이 있었다. 바로 시계다. 여왕의 선택으로 ‘파텍필립’이라는 신생 시계 브랜드가 대상을 수상하면서 시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얻게 된다. 2019년 경매에서는 손목시계(사진) 하나가 363억 원에 낙찰되었다. 파텍필립은 가장 비싼 시계 브랜드가 되었고, 극한의 장인정신으로 조립된 1366개의 부품이 담긴 시계는 수십 년 동안 오차 없이 작동하고 있다. 세상에는 파텍필립 시계뿐 아니라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에 견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우주 만물이다. 만물 중에 생물, 그 가운데 늘 우리 곁에 너무 흔하게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식물. 그 식물은 어느 생물과 견줄 수 없는, 지구 생태계에서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다.
식물의 존재 이유
식물의 구조는 지표면을 기준으로 지상부와 지하부로 구분된다. 식물의 특징 중 하나는 지하부에 뿌리를 두고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고 지구의 표면을 덮고 살아가는 것이다. 동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서로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생김새만 다른 게 아니다. 식물은 본질적으로 동물과 다른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올곧게 서서 태양 빛을 받아 빛에 담긴 에너지를 다른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학 에너지로 바꾸어 자신 안에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환시켜 다시 공기 중에 내어놓는다. 동물이나 곤충 같은 생물에서는 볼 수 없는 기능이다. 동물은 아무리 태양 빛을 받아도 자신의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지 못한다. 산소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그저 동물은 식물을 먹고 그 안에 저장된 에너지를 소화시켜서 자신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식물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 지구 생태계가 정상으로 작동하게 하는 에너지 변환기 같다. 만약 이 세상에 식물이 없다면 생물계 자체가 존재할 터가 사라진다. 어쩌면 식물은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생물의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구 위 생물계의 존재를 위해 어떤 환경에서도 움직임 없이 뿌리로 땅을 단단히 붙잡고 하늘만을 바라본다.
식물 안에 담긴 놀라운 설계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려면 최적의 기능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 하는 필수 항목이 디자인이다. 식물 역시 최적의 기능을 위해 디자인되었다. 콩나물을 예로 들어보자. 콩을 시루에 넣고 덮개로 덮어두고 물을 부어주면 7일 정도 지나 고개 숙인 노란 떡잎과 길고 곧게 뻗은 뿌리의 모양을 갖춘 콩나물로 자란다. 사실 콩만 이렇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쌍떡잎식물의 종자는 콩나물 재배 시와 동일한 환경에서 키우면 크기만 다르지 콩나물처럼 자란다. 콩나물을 키워보면 다른 형태로 자라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콩나물 재배를 위해 고안된 환경에서는 콩나물처럼 자라도록 설계된 것이다. 콩나물 재배 환경은 빛이 도달할 수 없는, 씨앗이 심긴 땅 속 환경을 모사했다.
씨앗이 발아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적당한 수분, 온도, 산소가 공급되면 싹을 틔우는데, 씨 껍질을 뚫고 나온 세상은 온통 깜깜하고 단단한 흙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빛을 찾아가야 한다. 빛은 어디에 있을까? 방향을 알려주는 이도 없다. 이때 중력이 식물에게 말한다. 지구 중심으로 향하는 방향이 중력 방향이고, 빛을 만나러 가야할 최단 거리는 중력 반대 방향이라고 알려준다. 식물은 중력 방향을 알아낼 수 있게끔 만들어져서 줄기는 지상부로, 뿌리는 지하부로 자라게 해준다. 다행히도 갈 길을 알게 되었지만, 지표면까지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콩나물의 떡잎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단단한 흙을 헤치고 가기 위함이다.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흙이라는 강한 저항을 뚫고 최초의 광합성을 담당하게 될 두 장의 소중한 떡잎을 상처 입게 할 수는 없다. 이때 떡잎과 뿌리 사이에 기다랗게 자라는 부위는 사실 뿌리가 아니다. 씨앗이 발아하여 땅을 뚫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부위로 ‘하배축’이라고 부른다.
이제 떡잎은 지표면을 뚫고 나와 빛을 만난다. 중력 덕분에 올바로 찾아와 만나게 된 빛은 이제 땅 속의 여정을 더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비로소 숙였던 떡잎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펼친다. 그리고 광합성을 시작하기 위해 엽록소를 만들어낸다. 콩나물이 자라는 모습은 이 과정을 담고 있다.
콩나물을 통해 식물의 생장 과정 중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식물은 생장 전 과정에서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하나의 개체로서의 삶을 완성하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작은 변화 하나도 그 안으로 들어가 어떻게 그렇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면 훨씬 복잡하고 감탄을 자아낼 만큼 정밀하고 정확하다. 그리고 유연하다. 식물은 지구상에 존재한 이후로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며 지금도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
하나님의 작품은 얼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이 아무리 연구해도 식물 하나의 설계도 아직 다 알 수 없는데, 시계공의 설계가 아무리 정밀하고 정확해도 하나님의 지으신 만물에 비할 수 있을까? 과학사에 비견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칭송 받는 뉴턴은 자신을 ‘모래사장에서 노는 어린아이’로 표현했다. 우주 안에 감춰진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동안 인간은 하나님의 위대하고 신묘막측한 설계와 능력을 보게 된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 그러므로 저희가 핑계치 못할지니라.” (롬 1:20)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은 그가 지으신 만물에 고스란히 드러나 우리에게 지으신 이를 알게 한다. 그리고 그분을 믿게 한다. 그 하나님이 나를 향한 계획을 가지고, 지키고, 동행하신다.
윤준선 이학박사. 카이스트와 동 대학원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며 식물의 면역과 발달을 연구하였다. 현재 ㈜팜한농에서 인류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작물 재배에 유용한 유전자와 작물보호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