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간증
나는 지난해 6월 3일에 위암을 만났고, 올해 4월 23일에 다시 유방암을 만났다. 일 년도 안 되는 사이에 암이 두 번씩 찾아온 것이다. 만일 내가 구원받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을 만났다면 죽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을 더 행복하게 해주셨다. 인생의 암흑기가 될 뻔한 시간을 최고의 전성기로 바꿔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간증을 드린다.
내 성은 ‘행’ 씨, 이름은 ‘복자’
작년에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집을 관악산 쪽으로 이사했다. 지금 우리집 거실에서 보면 관악산이 병풍처럼 그대로 펼쳐지는데 맨 처음 보이는 봉우리가 국기봉이다. 새해 첫날 아침에 남편과 같이 그곳에 올라가 정상에 선 모습을 찍었다. 그 사진을 고향 친구들 단톡방과 구역 단톡방에 각각 올리면서 “올해 신년사인 창세기 1장 26절 말씀처럼 나는 암도 정복하고 국기봉도 정복했다. 그래서 1월 1일부터 내 이름을 바꾼다. 신명기 33장에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자로다’라고 하셨듯이, 내 성은 ‘행’ 씨, 이름은 ‘복자’다.” 이렇게 문자를 보냈더니 댓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행복자 씨, 이름처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세요!’ 이런 댓글들이 이어지는 걸 보면서 하나님이 나를 낫게 하셔서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4개월 뒤에 또 유방암에 걸리니 다시 앞이 막막했다. 나는 박옥수 목사님에게 상담을 받으러 갔다. 상황을 말씀드리자, 목사님은 “괜찮아요. 성경을 보니까 베드로도 감옥에 갇히고 사도 바울도 풍랑을 만나요. 사도 바울은 풍랑에서 건짐을 받고 그레데 섬에 갔는데 거기서 다시 독사에 물려요. 토인들이 보고 ‘저 사람이 물에서는 건짐을 받았지만 공의가 저 사람을 죽인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도 바울이 독사를 떨쳐내고 죽지 않는 걸 보자 생각을 돌려서 신이라고 했잖아요. 자매가 건강하게 복음을 전하도록 하나님이 해주실 겁니다.”라고 하면서 기도를 해주셨다. 마치 장전해 둔 총알이 정확히 발사되는 것처럼, 목사님 앞에 서면 말씀과 기도가 내 마음에 와서 정확하게 꽂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래, 베드로도 감옥에 갇혔지. 사도 바울도 풍랑을 만났지. 나도 두 번의 암을 만났지만 베드로처럼, 사도 바울처럼 암에서 나오면 되지.’ 이런 마음이 들면서 ‘목사님의 기도처럼 내가 건강하게 복음을 전하며 살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유방암 수술을 받고 전혀 아프지 않았다. 마취가 깨면 아프겠지, 내일 되면 아프겠지, 언제 통증이 올지 기다렸는데 오늘까지도 아프지 않다. 목사님의 기도처럼 건강하다. 만약에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을 텐데, 두 번의 암 덕분에 직장을 그만두고 관악산이 훤히 보이는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나는 교회의 흐름을 따라서 월드캠프에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로 부산 개막식에 가기는 어려워서 “하나님, 저도 월드캠프에 오신 손님들을 집에 모시고 싶습니다.”라고 기도한 뒤 교회에 민박 신청을 했다. 얼마 뒤 우리집에 파라과이 고등교육부 차관님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나님이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안겨 주겠다’고 하셨고, 또 ‘내 것이 다 네 것이라’는 성경 말씀에 의지해, 하나님께 이미 받은 자의 마음으로 민박 때 귀빈을 풍족하게 대접해드리고 싶었다. 그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풍족하게 공급하시고 또 도울 분들도 붙여주셨다.
파라과이 차관님과의 3박 4일
우리집에 오신 파라과이 차관님은 영국에서 유학하셨고, 또 대사님의 아들로 태어나 해외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었다. 매너도 좋고 신사적인 분이셨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하루에도 몇 번 샤워를 반드시 하는 분이셨다. 그리고 K-팝, K-푸드, K-무비에도 궁금한 게 많아 질문을 끊이지 않고 하셨다. 또 식탁에 앉으면 상 위의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셨는데 특히 김치에 관심이 많으셨다. “왜 김치라고 부르느냐, 종류가 몇 가지냐, 언제부터 고춧가루를 사용했느냐, 김치는 어떤 음식과 잘 어우러지느냐?” 이렇게 질문도 구체적이셨다.
한번은 차를 타고 가다가, 차관님이 어머님 이야기를 꺼내셨다. 작년에 어머님이 건강이 안 좋아서 위독하셨는데 아직 빈혈이 심하시다고 했다. 차를 운전해주시는 집사님이 미역국이 좋다고 하니 관심을 보이셨다. 내가 “미역국 끓이는 걸 가르쳐 드릴까요?” 했더니 배우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한국을 떠나기 전, 미역국 만드는 것을 직접 배우신 차관님은 집에 가면 어머님께 해드리겠다고 하셨다.
아침상을 놓고 복음을 전하다
차관님은 한국 문화뿐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도 관심을 보이셨다. 이번 월드캠프에서 박 목사님이 히브리서 10장 10절을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 그때 큰 감명을 받으셨지만 복음이 마음에 정확히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집안이 오랫동안 천주교를 믿어왔고 어머니도 차관님도 성당에 다니신다고 했다.
주일 아침, 차관님이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성경에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도 이루어지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과 예수님 사이에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졌고, 그 뜻을 좇아 예수님이 2천 년 전에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다 이루었다!’입니다. 우리 죄를 씻는 뜻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차관님에게 드리고 싶은 진짜 선물은 이것입니다.” 이렇게 복음을 전해드렸다.
그때 옆에서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시계를 보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주일 예배 때 귀빈석에 앉으려면 9시 30분까지 교회에 도착해야 했고, 우리가 이야기를 마친 시간은 9시 10분이었다. 그때 내가 차관님에게 말씀드렸다. “이제부터 빨리빨리 하셔야 됩니다. 저희 집에서 교회까지 빠르면 10분 아니면 15분가량 걸립니다. 차관님이 나갈 준비를 하실 수 있는 시간은 10분밖에 없습니다.”
내가 본 차관님은 이번 여행에 와이셔츠만 8개를 가지고 오실 정도로 깔끔하고, 아무리 급해도 샤워를 안 하고는 밖에 나가지 않는 철저한 분이시다. 그런 분이 교회에 가야 한다니까 10분 안에 준비를 다 하고 나오셨다. 그리고 나를 보고 “빨리빨리”라고 말하며 웃으셨다.
예배가 끝나고 복도에서 차관님을 만났는데, 옆에 같이 있던 파라과이 초등교육부 차관님에게 우리집에 묵고 있다며 나를 소개해 주셨다. 엘리베이터가 복잡하니 차관님이 계단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빨리빨리 빨리빨리” 하셨다. 모든 부분에 차관님 위주가 아닌, 우리 쪽에 맞추시려는 걸 보며 더 감사했다.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차관님이 떠나실 날이 왔다. 공항으로 출발하실 시간이 되자, 헤어질 생각에 서로 바라만 보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먼저 두 손을 크게 벌렸다. 그랬더니 차관님이 환히 웃으며 허그를 해주셨다. 내년에도 민박을 할 거냐고 물으시길래, 또 할 테니 다시 우리집에 오시라고 했다. 차관님을 모시는 동안 너무 좋았고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헤어진 후, 차관님을 수행하는 선교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차관님이 100% 마음을 열었다고 말해 주셨다.
나를 이끄시는 하나님 덕분에 내게 부족함이 없다
우리 부부는 몇 년 전에 디모데전서 4장 4~5절 말씀을 약속으로 받았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니라. 네가 이것으로 형제를 깨우치면 그리스도 예수의 선한 일꾼이 되어 네가 좇은 교훈으로 양육을 받으리라.”
지난 몇 년 사이에 내가 만난 모든 일들이 하나님이 지으신 것이었고, 그 모든 일들을 나는 감사함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은 내 마음에 선한 일이 되었고 거룩한 일이 되었다. 이어서 디모데전서
4장 6절은 ‘네가 이것으로 형제를 깨우치면’으로 시작한다. 이 말씀처럼, 나는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과 나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에게 역사하시고 나를 이끄시는 하나님에 대해 간증할 수 있었다.
한 예로, 월드캠프 기간에 내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하나님은 작은 일정 하나하나도 겹치지 않도록 도우셨다. 마치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비가 내리는데 내가 그 사이로 피해 가는 것처럼, 하나님이 필요할 때마다 길을 여셔서 벗어나게 해주셨다. 원래 방사선 치료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받아야 한다. 그런데 차관님이 처음 우리집에 오시는 날엔 병원에서 치료 시간을 아침 일찍으로 바꿔주어서 손님맞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 차관님이 떠나시는 날에는 치료 시간이 오후 4시에 잡혀 배웅하는 데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월드캠프가 끝나고 강릉 4차 수양회에 가고 싶었다. 참석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신기하게도 방사선 18회 치료가 10회로 줄어서 참석이 가능했다. 수양회에 가서 같은 숙소의 자매님들에게 나에게 역사하신 하나님을 정말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행복했다.
요즘 나는 시편 23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다.” 말씀을 묵상하고 있다. 말씀처럼 물질로도, 마음으로도, 건강으로도, 하나님이 나를 도우시고 행복하게 하시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내가 치료를 받으려고 기계 앞에 있을 때에도 하나님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인 것처럼 편안하게 이끄시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만약 박 목사님이 안 계셨다면 내가 오늘 여기에 있겠나 싶다.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하나님의 사람이 함께 계셔서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주시지 않았다면 내가 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은 형편들을 어찌 넘을 수 있었겠는가? 하나님의 약속으로 세워진 교회 안에 내가 있고, 이 교회와 내 마음이 같이 흐른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