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 물고기
세 마리 물고기
  • 인도 설화
  • 승인 2024.10.04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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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인도 어느 강에 아름다운 색깔의 비늘을 가진 물고기 세 마리가 살았어요. 한 물고기는 황금빛 비늘을 가졌고, 다른 물고기는 반짝이는 은빛 비늘을, 또 다른 물고기는 타오르는 불 같은 붉은빛 비늘을 가졌지요. 세 마리 물고기는 바다와 가까운 강 하류에 살며 물살이 밀려올 때는 짭짤한 바닷물 맛을 보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은빛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다 한 늙은 어부가 배에서 그물을 다듬으며 다른 어부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어요.
“요즘 물고기가 잘 잡혀서 기분이 좋구먼. 그런데 이보게들, 그거 아나? 강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맛 좋은 민물고기가 아주 많다네. 우리 내일은 강에 가서 민물고기를 잡는 게 어떻겠나?” 
“아, 좋지요!”
“고기가 많다면 가야지요!”
어부들의 말에 놀란 은빛 물고기는 얼른 붉은빛 물고기와 금빛 물고기에게 갔어요.  

“애들아! 내 말 좀 들어봐!”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해?”
금빛 물고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아?”
은빛 물고기는 어부들이 한 말을 두 친구에게 자세히 전해주었지요.

“뭐라고? 감히 우릴 잡으러 온다는 거야?” 
붉은빛 물고기는 잔뜩 분이 나서 강이 진동할 정도로 크게 소리쳤어요.  
“오기만 해봐! 이 날카로운 이빨로 어부들의 손가락을 깨물고 그물도 물어뜯어 버릴 테니! 나처럼 무시무시한 물고기를 보면 아마 놀라서 모두 도망갈걸!”
그러자 금빛 물고기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소용없어. 우린 잡히고 말 거야. 아무리 발버둥쳐도 피할 수 없다고.”
은빛 물고기는 지나치게 용감한 붉은빛 물고기와 지나치게 겁이 많은 금빛 물고기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어요.
“우리 차분하게 생각 좀 해보자. 어부들은 우리보다 훨씬 힘세고 지혜로워서 우리가 그냥 맞서다간 금방 잡히고 말 거야. 신중해야 해. 
“그러니까 포기하자고. 우린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금빛 물고기가 초점 없이 흐린 눈으로 중얼거리자 은빛 물고기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지. 얼른 바다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으로 헤엄쳐서 가자. 힘들겠지만, 서둘러 가면 어부들을 피할 수 있을 거야.”
그러자 붉은빛 물고기가 소리쳤어요.
“피하다니! 이런 겁쟁이들과 친구라는 게 정말 창피해! 나 혼자 어부들과 싸울 테니 도망가든 말든 마음대로 해!”

“설치다 힘들어지기만 할 텐데….”
“그렇지 않아. 당장 떠나면 살 수 있어.”
은빛 물고기는 어부들과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는 붉은빛 물고기와 어쩔 수 없어 포기하겠다는 금빛 물고기를 설득해보려고 애를 썼어요. 하지만 두 친구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지요.  

은빛 물고기는 어쩔 수 없이 두 친구와 작별 인사를 했어요.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바다를 벗어나 강 상류를 향해 열심히 헤엄쳐 갔어요. 쉬지 않고 헤엄치고 또 헤엄쳤지요. 그러다 수심이 얕아 고깃배가 올 수 없는 곳에 이른 은빛 물고기가 제자리에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다 말했어요. 
“이제 어부들을 만날 일은 없을 거야.”

이튿날 어부들은 바다와 강이 맞닿은 곳으로 배를 띄웠어요. 그리고 닻을 내리고 그물을 쳤지요. 잠시 후 그물에 걸린 붉은빛 물고기가 날카로운 이빨로 그물을 마구 물어뜯었어요. 어부들이 그물을 들어올리자 붉은빛 물고기는 어부의 손을 있는 힘을 다해 깨물었어요. 하지만 어부가 붉은빛 물고기를 갑판에 세게 던지자 곧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이어서 그물에 걸려 올라온 금빛 물고기가 죽은 듯 가만히 말했지요. 
“소용없다고 했잖아. 포기하는 게 나아.”
어부들의 목소리가 금빛 물고기의 귓가에 들려왔어요. 
“여기 고기가 정말 많군!”
한편, 은빛 물고기는 계속해서 강 상류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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