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해발 4,250m의 고산도시 '세로 데 빠스꼬'
[페루] 해발 4,250m의 고산도시 '세로 데 빠스꼬'
  • 김귀애
  • 승인 2007.11.28 0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발 4,250m의 고산도시 '세로 데 빠스꼬'‘세로 데 빠스꼬’ 를 다녀와서..‘세로 데 빠스꼬[Cerro de Pasco]’ 공기도 부족하고 뼈 시리게 춥다던 해발 4,250m의 그 고산도시, 세로 데 빠스꼬에 전도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저 세로 데 빠스꼬에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면 다들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로 데 빠스꼬? 그곳이 어떤 곳 인지나 알고 말하는 거니?” “공기도 없고, 엄청나게 추워! 병원신세만 지다가 오려고 그러니?” 그래서 나는 더욱 더 세로 데 빠스꼬에 가고 싶었다. 게으르고 조그마한 부담이나 힘든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싫은 나 자신, 내 육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 자신을 한 번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하던 곳이 세로 데 빠스꼬였다. 아! 그곳이라면 내 육체의 한계도 넘을 수 있고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겠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목사님을 조른 끝에 나는 리스벳(Lisbet)이라는 자매와 세로 데 빠스꼬로 떠날 수 있었다. 버스는 서서히 높이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8시간 후, 드디어 세로 데 빠스꼬에 도착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갑작스런 추위로 뼈에 바람이 들어 하루 이틀 침대에서 고생을 해야 했다. 뼈마디가 쑤셔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뱃속에 있던 모든 것들을 토해내야 했다. 더 이상 누워있고 싶지 않았는데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그런 가운데 목사님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목사님, 저 아파요.” “그래, 원래 고산병이란 그런 거야. 그게 정상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속히 일어나 복음을 전해. 그러면 몸도 빨리 회복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높은 세로 데 빠스꼬까지 의인을 보내 복음을 전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렴” 아! 이렇게 멀고 높은 곳까지! 목사님의 이 말씀은 내가 세로 데 빠스꼬에 있는 15일 동안에 만난 부담과 어려움들을 넘을 때 마다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지긋지긋한 침대에서 벗어나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간 어린이 겨울성경학교를 하게 되었다. 부족한 가운데 조금씩 준비를 해 나가는데, 문제는 날씨였다. 겨울이라 하루라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고, 바람이 너무 찼다. 또 둘째 날은 눈까지 내리는 것이었다. 사막인 수도에 살다가 처음 현지에서 눈을 보는 것이라 무척 반가웠지만 성경학교를 생각하면 나는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듣기 위해 일찍부터 교회를 찾아주었다. 날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와서 말씀을 듣고 마지막 날에는 25명의 어린이들이 복음을 듣고 구원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한 어린이를 통해 그 어머니도 연결되어 복음을 듣게 하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다.이렇게 빠른 속도로 한 주가 지나가 버렸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세로 데 빠스꼬 교회를 인도하시는 호르헤(Jorge)형제님께서 남은 주간에 부인자매 집회와 청년집회 그리고 마지막 날 문화의 밤을 하자고 하셨다. 특히 부인자매 집회는 나에게 큰 부담을 주었다. 우스웠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19살의 너무나 어린 내가 부인 자매님들 앞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하나님 앞에 묻고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집회, 강사랍시고 상석을 내어 주시는데 정말 이상하고 부담스러웠다. 하나님! 당신이 주시는 말씀이 아니면 저는 한 마디도 말할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한마디 한마디 내 간증들을 내어놓았다. 부인자매님들은 대부분 구원받지 않은 남편문제로 마음고생들이 많았다. 알코올중독자인 남편의 오랜 핍박으로 마음에 힘을 잃은 자매님들. 나는 똑 같은 형편으로 힘들어 하시는 우리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날은 예수님과 나사로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었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가라사대 이 병은 죽을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요 하나님의 아들로 이를 인하여 영광을 얻게 하려 함이라 하시더라 -요 11:4>“마르다야, 나는 부활이고 생명이야. 나를 믿으면 죽어도 살고, 영원히 죽지 않아. 네 오빠가 다시 살아날 거야.” 죽은 나사로를 보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르다는 믿는다고 대답했지만 진정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고, 그런 마르다를 보고 예수님은 속이 상해 우셨다. “자매님들! 왜 믿지 않으세요. 예수님께서 다시 산다고 하시잖아요. 남편이 바뀌었다고 하시잖아요! 자매님들이 믿지 않아서 예수님이 울고 계세요. 저도 그랬어요. 저희 아빠는 절대 바뀌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사로는 4일 동안 무덤에 있었지만, 저희 아빠는 13년 동안 무덤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저는 말씀을 믿지 않았었는데 그런 저 때문에 예수님이 울고 계신대요!” 이 말씀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이 나에게 믿음과 평안을 주셨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이 집회를 준비하셨다는 마음에 지금은 부인자매 집회가 내 마음에 가장 많이 남는다.청년집회 때 세상유혹을 따라 교회를 떠난 몇몇 청년들이 함께했다. 나는 교회를 떠나 세상으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 안에도 그들과 똑 같은 원함 들이 참 많이 있는 것을 본다. 그래서 내가 주변 사람이나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세상에서의 삶과 또 교회 안에 있으면서 나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준 하나님의 인도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한 마음으로 문화의 밤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 세로 데 빠스꼬에서는 처음으로 하게 된 문화의 밤. 장소를 빌리는 것도 하나님께서 도와주셨다. 물질이 비싸서 그 전 날까지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자매님께서 믿음으로 50솔(soles)에 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손님들이 많이 오진 않았지만 세로 데 빠스꼬의 청년들이 시험기간인데도 다들 믿음으로 자기 공부를 내려놓고 이번 문화의 밤을 준비한 간증들이 생기게 되었다. 15일 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 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하나님께서 나에게 참 많은 것들을 주시고 또 가르쳐주신 것을 본다. 나무도 채소도 그 무엇도 나지 않는 높고 추운 세로 데 빠스꼬의 형제 자매님들. 더 많이 부족하게 사는 그들이지만 그 마음에 복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일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 더 높이, 높이 복음을 전하러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돌아와서 못내 아쉽다. 세로 데 빠스꼬, 끊임없이 형편과 부담을 넘기 위해 기도하던 그 곳이 정말 그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