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다 11

장 앙리 파브르는 프랑스의 곤충학자로, 곤충에 대한 연구와 관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쓴 <파브르 곤충기>는 어린 시절 나에게 흥미롭고 신기한 세계로의 여행을 선물해주었다. 곤충의 부화, 탈피, 짝짓기 등의 생애 과정과 곤충마다 독특한 능력과 모양을 갖고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곤충이 더럽거나 유해하다고 생각되기보다 신기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곤충은 인간의 생활 속에 항상 같이 있었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꽃이 피면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날아다닌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 ‘맴맴맴’ 하는 매미 소리가 귀 따갑게 들리고, 매미 소리만 들어도 덥게 느껴진다. 여름밤이 되면 어디에선가 나타난 모기가 잠을 설치게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 전투기처럼 날렵한 잠자리가 호버링(제자리 비행)을 하며 자기 영역을 지키다가 침범하는 적들을 맹렬히 쫓아내고, 두 마리씩 짝지어 물 위에 점을 찍듯이 알을 낳는다.
어떤 사람은 모기를 두고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신 뒤 인간이 교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기’라는 작은 곤충을 만들어 인간 곁에 두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기는 작지만 사람을 참 성가시게 한다.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또 다른 곤충으로 ‘파리’가 있다. 최근에는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많이 바뀌면서 파리를 보기 쉽지 않다.
가장 유용한 곤충, 벌
사람에게 가장 유용한 곤충을 꼽는다면 벌일 것이다. 벌 중에서도 꿀벌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꿀은 꿀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식품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꿀을 채취하였고, 양봉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여왕벌이 먹는 로열젤리는 피로 회복, 피부 건강 개선 등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천연 항생제로 불리는 프로폴리스는 염증 감소, 면역력 강화 등에 좋아 여러 제품이 있다. 벌의 독은 치료제나 주사제로 관절염, 근육통 등의 통증 완화에 사용되고, 한방의학에서는 ‘봉침’ 치료로도 사용한다.
꿀벌이 꿀을 채취하기 위해 꽃들을 찾아다니는 수분 작용(꽃가루받이)은 식물들이 씨를 맺을 수 있게 하여, 생태계 균형 유지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벌의 생김새는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어 패션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로고나 브랜드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 뛰어난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벌집에서 영감을 얻은 구조물
벌에게 있어서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육각형 형태의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벌들은 집을 짓고, 꽃에서 모은 꿀을 그곳에 저장한다. 이 꿀은 벌들이 겨울에도 살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벌집은 또한 알과 유충을 양육하는 장소다.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 벌집의 각 방에서 부화하여 유충으로 성장한다. 벌집은 온도와 습도가 정밀하게 조절되어 유충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준다.
벌집 구조는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기하학적 형태라고 한다. 벌집 형태인 육각형은 삼각형이나 사각형보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 공간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육각형은 공간을 채울 때 자원의 낭비가 가장 적으며, 강도와 내구성을 갖춘 형태다. 또한 육각형 구조는 구조적 강도가 뛰어나며, 자연재해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는다. 그래서 벌집은 높은 압력이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벌집 구조의 유용성과 활용성
벌집 구조에는 빈 공간(중공)이 있기 때문에 무게가 매우 가볍다. 항공기의 무게를 줄이는 것은, 연료 효율성과 비행 성능 개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벌집 구조는 항공기의 무게를 줄이기에 매우 적합한 구조다. 또한 무게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어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충격을 분산시키고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서 안전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실제로 비행기의 동체나 날개 같은 큰 구조 부품을 제작할 때 벌집 구조를 활용하여 무게를 줄이고 동시에 강도를 보강한다. 좌석, 벽면, 천장 등 내부에도 벌집 구조가 사용된다. 무게 절감과 충격 흡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나 연료탱크에도 사용하여 충격이나 사고 시 안전을 높이기도 한다.
벌집 구조물은 가벼운 무게, 높은 내구성, 우수한 단열 성능 덕분에 건축용 샌드위치 패널로 제작되어 주택이나 사무실 건물에도 사용된다. 자동차의 차체, 문, 바닥판 등에도 벌집 구조를 적용하여 가벼우면서도 강도와 충격 흡수를 강화해,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개선한다.


곤충학자들에 따르면, 벌은 매우 지능적이며 높은 사회성을 지녔다고 한다. 벌들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은 벌집은 놀랍게도 자원 대비 가장 효율적인 공간을 가지면서도 튼튼하고 보온이 잘 된다. 이런 벌의 지혜가 건축물뿐만 아니라, 가장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항공기를 만들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