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숨기며 사는 사람들
마음을 숨기며 사는 사람들
  • 최준혁(인도 첸나이 선교사)
  • 승인 2014.10.14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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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인도 남부의 최대 도시인 타밀나두 주州의 첸나이에 산 지 5년이 되었다. 첸나이에 처음 왔을 때 이곳 사람들이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타밀나두 사람들은 원래 북인도에 살다 아리아족族들에게 밀려 남부에 정착했다고 하며, 스스로를 ‘인도 주변 사람들’이라고 한다. 타밀나두 주는 타밀Tamil어를 사용하는데, 인도에서 유일하게 힌디어를 쓰지 않고 강하게 배척하는 곳이다. 길거리에서 힌디어 간판을 하나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타밀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북인도 사람과 다르게 타밀나두 주 사람들은 온순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북인도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싸우는 걸 자주 보았는데, 타밀나두에서는 길거리에서 싸우는 일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첸나이에 온 후 한번은 굉장히 충격적인 광경을 보았다. 사람들이 춤을 추고 폭죽을 터트리고 꽃가루를 뿌리는데, 알고 보니 장례식이었다. 깜짝 놀랐다. 장례식을 왜 그렇게 하는지 궁금해 형제 자매들에게 물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슬프지 않느냐고 묻자 ‘슬프다, 굉장히 슬퍼서 뒤에서는 운다’고 했다. 타밀나두 사람들은 이처럼 슬픈 경우에도 그 슬픔을 가리고 삼키며 살기에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급하게 화를 내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에겐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형제 자매들에게 한국에선 3번 이상 싸우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라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내 허물을 이야기하면 다 놀란다. 항상 좋은 것만 나타내고 늘 마음을 삼키고 사는 이들에겐 충격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타밀나두 사람들은 마음속의 멍든 것, 상처난 것들을 표현하지 못하고 묻어두며 살다 죽는다.
이곳에서 선교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교회에 잘 나오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였다. 복음을 듣고 좋았지만 자신의 좋은 면만 보여 주려다 신앙생활에 한계를 만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허물과 연약함이 나타나면 스스로 정죄하고 자기 길을 가는 것이다. 항상 좋은 걸 들고 나에게 왔지 어려운 것을 들고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 있을진저, 자기의 도모를 여호와께 깊이 숨기려하는 자여. 그 일을 어두운 데서 행하며 이르기를 ‘누가 우리를 보랴, 누가 우리를 알랴?’ 하니”(사 29:15)
타밀나두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가장 크게 변화된 모습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첸나이 교회에 ‘쁘러브’라는 형제가 있다. 구원받기 전까지 그는 소심하고 늘 자신감이 없어서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고,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런데 복음을 듣고 자신이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실을 믿으면서 작은 예수로 살기 시작했다. 자주 자기 마음을 표현하며 자신의 연약함에서 벗어나 복음을 위해 살고 있다.
마음을 숨기면 사람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모든 것을 보고 알고 계신다. 구원받은 타밀나두 형제 자매들은 그 하나님 앞에서 살기에 이제는 나와 마음을 나누며 산다. 그 시간이 무척 복되다.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 빛이신 예수님이 우리 마음에 오신 후 더 이상 어두움을 숨길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참 자유를 얻었다. 복음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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