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식을 하는 날, 마라톤과 칸타타
폐막식을 하는 날, 마라톤과 칸타타
  • 관리자
  • 승인 2009.07.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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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을 하는 날, 마라톤과 칸타타
"비엔나에서의 여름 크리스마스 칸타타"


1.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오늘은 오스트리아 월드 캠프의 폐막식을 하는 날이다.
개막식이 바로 어제 같은데 폐막식이라는 말이 너무 생소하지만 어쩌랴.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마라톤을 하러 도나우 강으로 향했다. 비엔나의 대중교통은 참 편리하게 되어 있다. 지하철, 지상철, 트램, 버스가 주요 대중교통수단인데, 갈아탈 때에 별로 걷지 않는다. 그리고 표도 일일이 끊을 필요 없이 5.7유로를 내고 일일권을 끊으면 모든 시내 노선을 다 탈 수 있다. 시에서 월드 캠프를 지원하느라 캠프 기간에 자유이용권을 우리 모두에게 내주었다. 시내에 트램 철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깔려있고, 그 위로 전선도 거미줄처럼, 아니면 빨랫줄처럼 촘촘하다.
인구 2백만이어서 그런지 너무 아담한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집들이 지어진 지 백 년을 넘는다. 그래서 임의로 헐 수 없다. 내부만 허가를 얻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 시가지 자체가 역사적 유적지요 박물관인 것이다.






이른 새벽에 도나우 강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시원하다 못해 쌀쌀했다. 준비운동을 한 후에 출발했다. 요한 시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란 곡이 있고, 이바로비치의 ‘도나우 강의 잔물결’이라는 곡이 있는데, 전자는 밝고 경쾌하고 후자는 슬프고 무거운 곡이다. 똑같은 도나우 강을 두고 너무 다른 느낌을 가진 것이다. 이비로비치의 곡은 우리나라 가요의 ‘사의 찬미’라는 곡으로 번안되어 더욱 슬프고 무겁고 어둡게 했는데, 그건 구원받기 전 우리의 마음을 보이는 것이고, 요한 시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구원받은 후 주님이 이끄시는 삶처럼 밝고 경쾌하다. 그 도나우 강변에서 사랑하는 IYF 사람들과 함께 마라톤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고 두고두고 기억되는 추억이 될 것이다.



단축 마라톤이지만 경주자들은 심장의 압박과 몸의 반란(?)을 느껴야 했다. 반환점을 돌면서 내딛는 걸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확확 들었지만, 참고 끝까지 뛴 것이다. 언제나 전진하는 것은 그렇다. 그라시아스 단원들도 활동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그대로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마라톤이 ‘사점의 미학’이듯이, 인생이라는 마라톤 역시 ‘사점의 미학’인 것이다. 사점에서 마음이 고통에 잡혔을 때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어디론가 가고 싶지만, 그 사점을 넘었을 때에 찾아오는 마음의 힘과 쉼은 겪어보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맛이 있는 것이다.




마라톤을 할 때에 말로 대화하지는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모두는 마음이 같아짐을 느낀다. 완주하고 난 후의 기쁨과 상쾌함은 월드 캠프의 매력 중의 하나다. 번호표를 붙이고 함께 뛰는 머리가 하얀 박 목사님을 보면 모두들 더 큰 용기와 힘을 얻는다. 시상식을 할 때에 승리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역시 우리의 즐거움이다. 우린 하나고 다 같기 때문에 누가 상을 타든 그건 다 ‘우리’요, 다 ‘나’인 것이다.



2. ‘크리스마스 칸타타’라는 선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급히 식사하고 샤워을 한 후에 캠프 장소인 슈타트할레로 급히 갔다. 그라시아스 합창단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박은숙 단장이 연습, 리허설 등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쪼개 배려를 한 것이었다.


슈타트할레의 무대 뒤편인 스튜디오에 가보니, 난리(?)가 아니었다. 단원들이 군인들처럼 움직이며 매 순간의 진행이 꼭 전투처럼 느껴졌다. 그들 마음속에 뭐가 들어있기에 음악 하는 사람들이 사관생도들처럼 긴장해 있는가.
어느 캠프를 가도 그렇지만, 그들의 시간은 연습과 리허설, 그리고 공연 전, 후로 짜여져 있다. 마치 적의 대대적인 공격이 뻔한 시점에서 고지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그 시간에 전투를 앞두고 긴장과 깊은 생각이 교차하듯이, 그들에게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그것의 출처는 어디인가?


우리는 진짜 궁금했다. 그래서 몇몇 단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준비한 질문을 한 후에 진짜 몇몇 가지 질문을 했다.
‘무대에서 늘 미소를 짓는데, 천사냐? 진짜 화를 안 내냐?’
‘우린 더 약한 사람들이다. 오후에 우리가 리허설을 할 때에 의자에 기대고 앉아 졸면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볼 때에는 신경질이 난다. 우리도 그들처럼 정말 쉬고 싶고 자고 싶기도 하다....’


그렇다, 같은 육체를 가진 것이다. 그들이나 우리나. 갑자기 그들이 말하는 할아버지(박옥수 목사)의 말씀이 생각난다.
“여러분, 좀 힘들고 어렵게 사세요. 괜찮습니다. 그 나라 가서 푹 쉬세요, 여기서는 잠도 좀 못자도, 피곤해도 되요. 잠깐이에요.”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어린 단원들 속에 할아버지가 자리잡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에 마음을 다할 뿐 아니라, 듣는 사람들에게 음악 속에 뭔가를, 마음을 넣어서 주려는 것이다. 그건 이미 그들의 마음이 아닌 것이다. 그들을 붙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 거대한 사랑이 있다.


오후에는 미하일 간트바르그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 역시 그라시아스를 보고 놀란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합창단은 없다고 단언했다. 바이올린의 전설, 현존하는 세계 바이올린의 탑 쓰리, 미하일 간트바르그 씨의 마음속에 박옥수 목사, IYF, 그라시아스 합창단은 이미 경이롭게 새겨져 있었다. 음악은 우리의 삶의 일부일 수밖에 없고, 깊은 정신세계가 담겨져 있지 않다면 그건 음악이 아니라고 말하는 간트바르그 씨는 이미 그라시아스의 음악 속에서 어떤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에도 없는 정신이 담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라시아스는 이미 세계 최고입니다. 분명해요.”
“무슨 근거로 그렇습니까?”
“내가 보는데요? 틀림없어요.”
“아니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세요.”
“좋아요, 내가 말해주지요. 첫째로, 그들의 음은 정말 밝고 깨끗해요. 둘째로, 그들은 자신 속에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어서 주고 있어요. 그들은 가족같아요. 박 목사님도요, 제가 만난 어떤 분하고도 달랐어요.”
“어떻게 다른데요?”
“너무 깊은 진리를 너무 단순하게 말해요. 그건 정말 진실되고 지혜로운 거지요.”


간트바르그 씨와의 인터뷰는 칸타타 리허설 때문에 마쳐졌지만, 처음 만난 분 같지 않게 우리의 대화는 바로 ‘마음의 대화’로 옮겨졌고, 결국은 다음을 기약하게 했다.






저녁에 폐막식 겸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시작되었다. 무대 세팅이 한국과 같지는 않았지만, 그날 그라시아스가 쏟아낸 칸타타는 어느 칸타타와도 다른 또 하나의 특별한 칸타타였다. 적어도 우리 기억에 그렇다. 오늘 저녁에는 그라시아스의 마음이 어찌 그리 가깝게, 또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칸타타 자체, 그리고 곡 하나하나가 우리 마음에 선물로 들어왔다. 음악이라는 선물 속에 뭔가가 담겨져 있었다. 세상에서 감정이 가장 무디고 차가운 필자 역시 눈물이 핑 도는 걸 어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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