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종진목사 추모의 글
故 박종진목사 추모의 글
  • GNN
  • 승인 2009.12.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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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종진 선교사 추모의 글

 

 

친구!

자네는 이제 육신의 몸을 벗었으니 느끼지 못하겠네만, 오늘은 구원받기 전의 자네 인상만큼이나 사납고 무척이나 춥네. 아마 자네가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아서 내가 느끼는 체감온도가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것 같네. 두려울 것 없고, 무서울 게 없는 용사 같은 자네가 너무도 빨리, 그리고 쉽게 가니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구만.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가? 자네가 가니까 많은 생각이 새록새록 솟아나서 울다 보니 머리가 아파 오는구만. 슬퍼하지 말자는 목사님의 말씀을 오늘만큼은 거스르고 있네.

구원받기 전에 진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자네 모습. 무엇인가에 굶주려 있고 허기진 마음을 채우지 못해 폭력과 반항으로 나타내던 자네가 어느 날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왼쪽 포켓에 성경을 꽂고 나타났을 때 나에겐 놀라움이었고, 자네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진리는 충격이었지. 며칠 동안 어디서 먹고 잤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아들이 한두 끼 굶는다고 해서 불쌍한 것 아니지 않느냐는, 그때는 알아듣지 못한 이상한 말에 자네가 이미 변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내가 구원받고 부끄러워 자네만 몰래 숲속에 불러내어 간증하던 날, 이제는 영원한 친구가 되었다고 기뻐해 주었지. 우리같이 추한 인간이 의롭고 거룩하게 되었다는 꿈만 같은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아서 "종진아, 이렇게 믿는 것 맞아? 우리가 잘 가고 있는 거야?"라는 의문 섞인 질문에 "홍 형제! 나는 이게 가짜라도 좋아. 옛날에 어둠 가운데서 방황하며 살던 삶이 아닌 진리로 자유케 된 이런 삶이 가짜라도 좋다."고 대답하면서 나의 어리석은 질문을 부끄럽게 했지.

남들은 지겹게만 느껴져 술먹고 투전판을 벌이는 예비군 동원훈련장 한쪽 구석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 이야기로 밤새 꽃을 피우면서, 우리가 저들과 이미 너무 떨어져버린 새로운 사람이라는 사실에 긍지와 자부심을 서로 느꼈잖아.

그렇게 어렵고 힘든 생활에 조직 후배들에게 돈을 빌리러 갔다가 복음만 전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나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하면서 돌아왔던 아름다운 모습!

자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불평이나 불신이나 어두운 이야기는 나에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잖아. 내가 너무 연약해서 시험들까봐 그랬나? 그런 부분에 자네는 나에게 친구지만, 선생이었어.

자네 마음에 예수님으로 그 모든 것을 이기고 승리한 진정한 용사인데, 이번만큼은 죽음 앞에서 왜 그리 쉽게 양보했는가? 모진 풍파 이겨내고, 구원 얻은 성도들을 올 때마다 반기는 대덕산의 우뚝 선 소나무처럼 서주기를 목사님도 그렇게 원하셨는데...

너무 아쉬워. 자네가 심었던 복음의 씨앗이 중국에도 이제 막 피어나잖아. 그 영광을 겸손히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였나? 이제 남은 종들이 자네가 다하지 못한 복음으로 세상을 뒤덮는 일에 천국에서나마 후원해 주게.

은총이, 은택이, 은진이, 그리고 가족들은 걱정하지 말게. 교회가 있고, 종이 계시잖아. 이제 어떻게 하겠나? 하나님이 자네를 쉬라 하셔서 쉬는데... 무거운 육신의 몸 벗어버리고 편히 쉬게나.

잘 가게 친구! 아참, 하늘나라 남쪽 가운데 문 기억하지? 그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 즐거운 모임을 갖세. 안녕!


 2009년 12월 19일 이른 아침 대덕산에서 영원한 친구 홍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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