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과 호랑이
수달과 호랑이
  • 한국전래동화
  • 승인 2024.08.09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8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제주도 한라산에 몸집은 작지만 깊은 물도 첨벙첨벙 잘 건너고 높은 산도 풀떡풀떡 잘 넘는 수달이 살았어요. 수달의 아버지는 수달에게 수영과 사냥하는 법을 가르칠 뿐 아니라 담력을 길러주려고 애썼지요. 수달이 어떤 환경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어려움을 헤쳐나가길 바라서였어요. 

 

어느덧 많이 자란 수달은 어느 날 가족을 떠나 세상 구경을 하러 떠났어요. 작은 봇짐 하나를 둘러메고 전국의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다 일만 이천 봉우리가 있는 금강산에 도착했지요. 수달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와! 듣던 대로 멋진 산인걸!”
감탄하던 수달은 잠시 후 아래쪽에서 무언가 어슬렁거리며 올라오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저게 뭐지? 호, 혹시 그 사납기로 유명한 금강산 호랑이?”
호랑이가 크게 울부짖으며 가까이 오는 모습을 보자 수달은 
덜컥 겁이 났어요. 다리가 후들거리고 입 안이 바싹 말랐지요.
“도망쳐봐야 금방 잡힐 텐데, 어떡하지?” 
그때 ‘무슨 일이든 절대로 겁내면 안 된다’는 아버지 말씀이 떠오른 수달은 마음을 가다듬고 근처에 있는 높은 바위 위로 뛰어올라갔어요. 그러고는 뒷짐을 지고 서서 호랑이를 향해 소리쳤어요. 
“여기서 어슬렁거리는 놈이 대체 누구냐?”

 

호랑이는 수달의 목소리에 움칫 놀라 고개를 들었어요. 바위 위에는 작은 수달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서 있었지요. 호랑이는 코웃음을 치며 수달에게 말했어요. 
“아니,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놈이 나한테 
큰소리를 쳐?” 
호랑이가 당장 잡아먹을 듯이 겁을 주었지만, 수달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까보다 더 크게 외쳤어요. 
“내가 금강산 호랑이들을 다 잡아먹은 소식을 아직 못 들었느냐? 오늘은 네 놈 차례니 군말 말고 이리 올라오너라!”
수달이 얼마나 당당한지 호랑이는 꼬리가 절로 내려지고 
몸이 움츠러들었어요.
‘금강산 호랑이들을 잡아먹었다고? 저 놈이 보기보다 
센 놈인 게 틀림없어.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군.’ 
수달의 당찬 모습에 겁을 먹은 호랑이는 뒷걸음질로 도망을 쳤어요. 수달은 그 모습을 보고 발을 구르며 소리쳤지요.
“네 이놈! 어서 오지 못할까!”
호랑이는 수달의 으름장에 놀라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산 아래로 내달렸어요.

 

숲속에 있던 토끼가 호랑이가 황급히 달려가는 것을 보고 호랑이를 쫓아가 물었어요.
“호랑이님, 호랑이님! 왜 그렇게 급히 달리세요?” 
“말도 마라. 산꼭대기에 아주 무서운 놈이 있어. 어서 도망가는 게 좋을걸.”
“네? 이 산에 호랑이님보다 무서운 게 있다고요? 
토끼는 궁금해서 바위에 뛰어올라 산꼭대기를 올려다보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고, 배꼽을 쥐고 웃고 있는 수달만 보였지요.
“호랑이님, 설마 저 수달을 무서워하시는 건 아니죠? 저건 물고기나 잡아먹는 수달이라고요.”
“그럴 리가. 저 놈이 얼마나 무서운데.”
“아이고, 답답해! 호랑이님, 얼른 가서 저 수달을 혼내주세요. 
호랑이님이 소리치시면 꼼짝 못해요.”
“싫다! 나는 안 가! 가고 싶으면 너나 가라.” 
아무리 이야기해도 호랑이가 말을 듣지 않자 토끼는 제 꼬리에 호랑이 꼬리를 단단히 묶었어요. 그리고 천천히 산꼭대기로 올라갔지요. 호랑이는 하는 수 없이 토끼를 따라갔어요.

 

그 모습을 본 수달이 산이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외쳤어요.  
“하하하! 토끼야, 어서 오너라. 네 할아버지는 나한테 죽은 호랑이를 바쳤는데, 너는 산 호랑이를 끌고 오는구나! 정말 고맙다!” 
수달의 말에 호랑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도망쳤어요. 토끼가 
호랑이 꼬리에 매달려 “호랑이님! 호랑이님!” 부르는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