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무지개
[오피니언] 무지개
  • 글 | 박남은(기쁜소식광주교회)
  • 승인 2025.02.1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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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호 기쁜소식
자연에서 배우다(9)

 

신기한 자연 현상 무지개
여름 날, 소나기가 쏟아진 후에 하늘에 생긴, 자연이 하늘에 그린 일곱 빛깔의 아치형 무지개 다리는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무지개는 비가 오기 직전이나 비가 갠 직후에 사람이 서 있는 위치에서 태양의 반대 방향에 발생한다. 무지개는 햇빛이 공기 중의 물방울 입자에 비칠 때 물방울 입자가 프리즘처럼 작용하여 태양광의 가시광선을 분산하고 굴절시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빛의 파장별로 굴절률이 낮은 빨간색이 가장 바깥쪽에, 반대로 단파장이라 굴절률이 높은 보라색이 가장 안쪽에 있어,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가 된다.
비가 온 후에 항상 무지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광원 역할인 태양과 프리즘 역할의 물방울이 서로 반대 방향에 위치할 때 생긴다. 무지개가 쉽게 발생하는 조건은, 해가 뜬 직후의 아침이나 일몰 직전의 저녁에 내리거나 그치는 소나기가 태양의 반대편에 있는 경우이다.
아침에 무지개를 본다면 비를 맞을 확률이 높다. 아침에는 동쪽에 해가 뜨기 때문에 무지개가 떴다는 것은 서쪽에 비구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구름은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있는 위치로 비구름이 이동해 올 확률이 높다.


무지개에 대한 추억들

컴퓨터를 활용하여 전산해석을 주로 하는 나에게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린 또는 흑백이던 디스플레이에서 컬러 디스플레이가 도입되었을 때, 색이 표현되는 컴퓨터는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애플컴퓨터사에서는 컬러 디스플레이를 강조하기 위해 애플II 컴퓨터의 사과 로고에 무지개 색깔을 칠하였다. 컬러 디스플레이를 갖춘 컴퓨터가 출시되었을 때, 애플II는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었다
무지개를 생각하면 어릴 적 과학 시간의 프리즘 실험이 떠오른다. 프리즘에 투명한 빛을 통과시켰을 뿐인데 무지개처럼 색깔이 펼쳐지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빨간색의 바깥에는 ‘적외선’, 보라색의 바깥은 ‘자외선’ 영역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왠지 숨겨져 있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빛이 ‘물체에 반사’되거나 ‘발산’되는 것을 눈의 광수용체(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감각하는 것이다. 만약 빛이 없다면,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오지 않으므로 우리는 그 물체를 인식할 수 없다. 밤이나 어두운 방에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있어도 빛이 없으면 눈에 정보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빛의 영역을 가시광선可視光線 영역이라고 한다. 
소리가 주파수를 갖는 것처럼, 빛에는 파장이 있다. 사람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파장이 380~750nm 사이다. 가시광선 중에서 파장이 가장 긴 색깔(빨간색)의 바깥 영역을 적외선(infrared, IR, 700nm 이상)이라고 하고, 파장이 가장 짧은 색깔(보라색)의 바깥 영역을 자외선(ultraviolet, UV, 400nm 이하)이라고 한다. 
적외선은, 1800년 독일 과학자 윌리엄 허셜이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고 각 색깔의 온도를 재다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가시광선 밖에서 온도계가 더 높은 온도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빛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적외선赤外線은 붉은색 밖에 있는 선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한자 이름이다. 흔히 사용되는 열화상 카메라는 적외선을 감지해 물체의 온도를 파악하는 특수 카메라다.

적외선 카메라
빛이 없으면, 가시광선의 반사를 통해 사물을 보는 사람의 눈으로는 사물을 볼 수 없다. 그런데 가시광선의 바깥 영역의 빛에 해당하는 적외선을 통해서는 볼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사물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열선)의 파장을 포착하여 전기 신호로 변환한 후 시각적으로 처리하여 볼 수 있다.  
박쥐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소리(초음파)로 어두운 밤에도 잘 나는 것에서 착안하여 ‘레이더’가 개발되었던 것처럼, 적외선 카메라도 사람이 볼 수 없는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바깥 영역인 적외선으로부터 답을 찾았다.
이러한 기술은 전방 관측 적외선 장비로 개발되어 평시와 전시, 주야를 가리지 않고 긴급 의무 후송을 해야 하는 항공기에 탑재되어 야간 작업을 해야 할 때 사람을 구하는 데에 사용된다.
적외선 카메라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상에서도 친숙해졌다. 그런데 동일한 원리로 적외선 파장을 감지하여 작동하는 적외선 센서는 오래전부터 각 가정의 현관등, 경비 장치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었다. 
프리즘을 통한 빛의 스펙트럼과 무지개에 대한 연구는 빛에 가시광선 영역과 그 외의 영역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무지개와 유사한 자연 현상과 자연 현상을 통한 예측
무지개와 유사한 자연 현상으로는 ‘해무리’ 현상이 있다. 해나 달을 중심으로 완전한 원형의 하얀 고리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해무리나 달무리가 보이면 높은 확률로 짙은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올 가능성이 높다. 
글로리glory 현상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들이 빛에 닿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비행기가 공중을 비행하면서 햇빛에 의해 구름에 그림자가 생겼을 때 비행기 그림자 주변에 무지개와 같은 고리가 발생한다. 대기의 기온이 영하일 때 글로리 현상이 나타난 경우 비행기가 구름 속을 비행하게 되면 비행기 날개에 얼음이 붙는 착빙이 발생한다.

자연에서 얻은 지혜
요즘 하늘을 보고 날씨를 점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두 손에 스마트폰이 있어서 슈퍼컴퓨터가 예측한 기상청 날씨 예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는다. 그래서 하늘의 무지개는 그냥 아름다운 자연현상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지개와 같은 자연 현상에도 발생 원인이 있고, 선조들은 그 자연 현상에서 삶의 지혜를 얻었다. 
무지개가 아침에 보이면 비 올 가능성 높고, 저녁에 보이면 맑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중 무지개가 보이면 기상이 불안정하고, 강한 비구름이 동반될 수 있다. 또한 무지개는 빛이 없는 조건에서도 적외선이나 자외선과 같은 바깥영역을 시각화해 줌으로써 시각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와 같은 감지 기술 개발에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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