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수기 12화(마지막회)
“잘살려고 하지 말고, 인생 마지막 날까지 복음 전하다 주님 앞에 가십시오.” 언젠가 영상 교제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을 때 박옥수 목사님이 해주신 말씀은 브라질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었다. 그 말씀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여주었고, 내 마음에 새겨져 큰 소망이 되었다. 브라질에서 하나님은 ‘모든 일을 감당케 하시고 모든 것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을 얻게 하셨다.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박옥수 목사님은 최근 3년 동안 매해 선교 방문으로 브라질을 찾아 주셨다. 박 목사님이 오실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복음의 길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작년부터는 신기하게도 상파울루 중심부의 대성당인 쎄Sé 성당의 보좌 신부인 에우무 쎄잘 파씨올리 신부님과 교분을 트게 되면서, 올해까지 2년 연속 쎄 성당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기도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믿은 바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같이 부르시는 이시니라.”(롬 4:17)라는 말씀처럼, 처음엔 더이상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가도 막상 발을 내디뎌보면 하나님이 준비한 새로운 길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자기 아들을 위하여 모든 것이 준비된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마 22:2)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행사를 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질과 돕는 사람까지도 다 준비해 주셨다.
목사님 방문 전 터진, 날벼락 같은 취소 통보
2022년 6월, 브라질에서 가장 큰 교단인 하나님의 성회(Assembléia de Deus) 교회에서 박 목사님을 모시고 ‘CLF(Christian Leaders Fellwoship)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500명이나 되는 많은 목회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목사님이 전하시는 말씀에 모두가 뜨겁게 반응했다. 그 교회 회장 목사님은 “여기는 박 목사님의 교회입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말씀을 전해 주세요.”라고 하실 정도로 마음을 활짝 여셨다. 박 목사님은 한국에 돌아가신 후에도 여러 차례 ‘그 교회에 다시 가서 며칠간 집회를 열어 복음을 더 자세히 전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브라질에서 말씀을 경청하는 수많은 현지 목회자들을 보면서 한 말씀이라도 더 들려주고 싶어하시는 박 목사님의 마음을 옆에서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전년도 CLF 컨퍼런스가 너무 은혜롭고 좋았기 때문에, 박 목사님은 2023년 2월에 다시 브라질에 오시기로 하였다. 우리는 하나님의 성회 교회에서 사흘간 집회를 열기로 추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교회와 좋은 유대 관계를 갖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뀌었다. 누군가 우리 선교회에 대해 거짓된 비방을 한 것을 들은 교회 관계자들이 우리를 더이상 만나주지 않고 피했다.
‘박 목사님은 그들을 위해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시는데 막판에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지….’ 내 마음도 낙담스런 형편으로 인해 복잡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비록 구두였지만, 3일간 오전에 집회를 하기로 이야기가 된 상태였다. 저녁 시간에도 집회를 하려고 추진하던 중에, 교회 측에서 오전에 하기로 했던 집회마저 자기들 프로그램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나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이 또한 항상 있을 수 있는 사탄의 방해겠거니’ 하며, 이미 정해진 목사님의 브라질 방문 일정에 맞춰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 보려고 많은 사람을 만나 도움을 청해보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목사님이 오실 날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때에도 브라질에서 정해진 목사님의 일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 방문 때는 빼곡히 잡힌 일정에 따라 목사님이 매일 바쁘게 다니셨는데, 이번에는 약속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 심히 걱정스러웠다. 때로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입맛조차 사라질 만큼 착잡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날 평안케 한 그 말씀 “그것, 아무것도 문제 아니야”
“그때에 내가 말하되,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 입술이 부정한 백성 중에 거하면서 만군의 여호와이신 왕을 뵈었음이로다.’”(사 6:5)
하루는 성경을 보던 중 이사야 6장 5절에서 이사야가 하나님의 성전과 보좌, 천사들을 보다가 자기를 쳐다보면서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탄식하는 구절을 읽으며 ‘어쩜 이렇게 내 마음과 똑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 목사님이 오실 날은 다가오는데 기쁨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졌다.
같은 시기, 월드캠프를 준비하고 있는 남미 다른 나라에서 전해진 소식들은 너무도 놀라웠지만 결국 내 마음을 더욱 위축되게 했다. 콜롬비아에서는 1만 명을 수용 가능한 대형 스타디움에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아르헨티나에서는 ‘우수아이아’라는 지구 최남단 땅끝 도시에서 그라시아스합창단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너무나 복되게 보였다. 그런 와중에 브라질의 상황을 보니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다음 7절을 읽어나갔다.
“그것을 내 입에 대며 가로되, ‘보라, 이것이 네 입에 닿았으니 네 악이 제하여졌고 네 죄가 사하여졌느니라’ 하더라.”(사 6:7)
형편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성경 구절로 내게 “아, 그것 아무것도 문제 아니야. 괜찮아, 내가 다 제하여 놓았어! 내가 다 해결해 놓았어!”라고 말씀하시는데, 순간 내 마음이 너무 평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상상 못할 방법으로 ‘쎄 성당’의 문을 여신 하나님
IYF 자원봉사자 중에 수녀님이 한 분 있다. 하루는 그 수녀님이 찾아와서 ‘목사님 방문 기간에, 상파울루 중심부의 쎄 성당에서 세계 최고의 그라시아스합창단을 초청해 콘서트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처음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성당에서 행사를 하자고? 가능한 이야기야?’ 하며 반신반의했지만, 특별히 준비된 다른 일정도 없었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성당에 찾아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라시아스합창단 콘서트는 도시 행사의 일환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단순히 콘서트만 하는 것은 우리에겐 의미가 없는 만큼 박 목사님께서 30분간 메시지를 전하실 수 있게끔 논의하고자 담당 신부님을 만났다.
우리를 처음 본 비죤 신부님은 ‘콘서트에 메시지가 왜 필요하냐? 메시지 때 무슨 말을 전하려고 하는 거냐?’며 퉁명스런 반응을 보이셨다. 사실 누가 봐도 개신교 목사가 브라질 최고의 성당에서 말씀을 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나는 신부님 앞에서 마인드 강연을 짧게 보여드렸다. 그러자 신부님은 너무 좋아하면서 우리가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지 알겠으니 곧 회답을 주겠다고 하셔서 내심 안심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이번 콘서트 개최는 어렵겠다’는 실망스러운 회신을 받았다. 너무 난감했다.
하지만 더이상 다른 길이 없었기에 우리에게 콘서트를 제안한 수녀님을 통해 담당 신부님께 전화를 드려 면담을 요청했고, 다음날
우무 쎄잘 담당 신부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아람 진으로 향하는 문둥이 네 명처럼 우리는 힘없이 발을 내디뎠는데, 놀랍게도 하나님이 문둥이들의 발걸음을 큰 병거 소리와 군대 소리로 바꾸어 아람 군인들을 다 쫓아내셨듯 담당 신부님이 우리를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계셨다. 너무 신기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콘서트를 하는 것은 물론, 메시지까지 전할 수 있게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어 젊은 비서 신부님이 성당 측이 우리에게 콘서트와 메시지를 허락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 주셨다. 얼마 전에 교황청에서 서한이 왔는데, ‘그동안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사이엔 항상 갈등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서로 포용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이 웃게 하시면, 나도 모두도 웃을 수 있다
박 목사님 방문이 임박한 때에 콘서트를 하기로 결정되다 보니 홍보할 시간이 충분히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이 브라질에 오신 첫날 열린 콘서트 당일, 성당은 2,000명의 사람으로 꽉 채워졌고 합창단의 아름다운 찬송이 울려퍼졌다. 목사님은 강단에서 복음의 말씀을 외치기 시작하셨다.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다. 형편을 보지 않고 그냥 말씀 하나만 받아들였는데, 성경에서 하나님이 사라를 권고하시고 또 말씀대로 사라에게 행하신 것처럼 내게도 동일하게 행하신 것을 보았다. 이처럼 하나님의 약속하심을 믿지 못했을 때 내 마음도 두려웠고 사탄이 주는 생각에 붙잡혀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약속의 세계에 들어가 보니 내가 할 일이 없었다. 하나님은 이미 성당 신부님들의 마음을 다 바꾸어 놓으시고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단번에 허락해 주셨다.
사라는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창 21:6)라고 간증했다. 나 또한 처음엔 웃고 싶지도 않았고, 웃을 수도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암담하고 초조하고 두렵기만 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해주시니 이 일을 알고 함께했던 내 주변의 모든 사람도 같이 웃을 수 있었다.
목사님이 함께 계셨던 4일간의 일정 속에 지역 교회에서 온 형제 자매들과 초청받은 새로운 사람들이 말씀에 놀라워하고,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눈으로 보고 경험하며 모두가 하나같이 ‘하나님이 하셨다’고 간증했다.
2,500명의 관객, 30여 명의 종교지도자들…
박 목사님은 성당에서 콘서트를 열어 말씀을 전하신 부분에 크게 생각하고 감사해하며, ‘기회가 되면 다시 쎄 성당에서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하셨다. 2024년 2월 5일 그리고 6일, 박 목사님을 통해서 복음을 들으셨던 에우무 쎄잘 신부님이 목사님과 그라시아스합창단을 다시 초청하셨다. 신부님은 ‘이번에 하는 그라시아스합창단 콘서트에 종교 지도자를 다 초청하자’고 제안하셨다. 그리고 콘서트 며칠 전, 신부님은 상파울루 시 창립 47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에 우리를 초청해 주셨다. 그곳에 참석한 모든 종교 지도자에게 비죤 신부님은 우리가 만든 초청장을 직접 나누어주면서 성당 이름으로 그들을 초청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30개가 넘는 각기 다른 종파의 지도자들이 초청장을 받아 갔다.
하나님은 우리 행사를 위해 미리 상파울루 시 행사를 준비하셔서 수많은 종교 지도자와 시민들에게 초청장을 전달할 수 있게 해주셨고, 콘서트 때는 성당을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가득 채우셨다. 첫날 행사에는 2,500명이 넘는 관객이 공연을 관람했고 30명의 신부님을 비롯해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합창단이 50분 동안 청중들에게 아름다운 음악 공연을 선보였고, 목사님이 30분간 메시지를 전하셨다. 둘째 날 콘서트에서는 박 목사님이 거의 60분 동안이나 살아 계신 하나님의 복음을 외치셨다. 행사에는 정말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안디옥 정교회, 그리스 정교회, 유대인 공동체, 무슬림, 남묘호렌게쿄, 불교 등 모두가 종교를 떠나 음악으로 하나가 된 가운데 목사님은 히브리서 10장 말씀을 외치셨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높이 들었고 아멘으로 화답했다.
‘언제 이 많은 사람들이 진리의 복음을 들을 수 있었겠나?’ 싶어 마음이 벅차올랐다. 하나님은 이들에게도 복음을 들을 기회를 주시고, 목사님을 통해서 예수님의 피로 우리가 모두 의롭게 된 놀라운 복음을 브라질 상파울루의 중심인 대성당에서 외치게 하신 것이다.
나귀 새끼 같은 내 삶의 고삐를 주님이 잡으시고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 그리고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우리와 늘 함께 계신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긍휼이 임하니 모든 허물이, 죄가 가려지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이삭’이라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 선교사로 사는 동안 신명기 8장 16절의 “네 열조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광야에서 네게 먹이셨나니, 이는 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마침내 네게 복을 주려 하심이었느니라.”라는 말씀처럼, 내가 그동안 만났던 모든 일이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광야와 같았던 선교 초창기를 보내는 동안, 하나님은 나를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만 살게 하시려고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겪게 하시고, 마침내는 복으로, 선으로 바꾸어 주셨다. 하나님은 내게 말씀하신다.
‘너는 절대로 네 능과 네 손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꼭 기억해야 한다.’
매인 나귀 새끼는 부정하고 목이 곧고 평생을 짐을 지고 허덕이면서 살듯, 나도 이 복음과 교회와 종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낱 종교인으로 죄와 율법과 형편에 매여서 고통받으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예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되시면서 나귀 새끼와 같은 내 삶의 고삐를 잡아 주시고, 말씀으로 내 생각을 이겨 주시고 나의 모든 삶을 복되게 이끌어 가셨다.
브라질이란 선교지에서, 하나님은 하나님을 얻게 하셨다
한번은 ‘토요 영상교제’ 초대석 코너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박 목사님은 우리에게 “세계에서 제일 좋은 나라가 브라질 아닙니까? 인종 차별도 없고 맛난 과일도 많고요. 잘살려고 하지 말고, 인생 마지막 날까지 복음 전하다 주님 앞에 가십시오. 이제 우리가 복음 전하고 싶어도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온 힘을 다해서 복음을 전하세요. 복음 못 전하는 사람들은 배우면 됩니다. 하나님이 믿음도 주시고 은혜도 베푸실 것입니다. 브라질에 목회자 1,000명만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마음껏 복음 위해 살다가 그 나라에서 만납시다.”라고 하셨다.
영상교제를 끝마칠 때쯤 목사님이 해주신 이 말씀은 브라질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었다. 그 말씀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여 주었고,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큰 소망이 되었다. 하나님은 내 모든 삶의 주인이 되셔서 ‘브라질’이라는 선교지에서 당신과 동행하고 여행하는 동안, 나로 하여금 ‘모든 일을 감당케 하시는 하나님’ 또 ‘모든 것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을 얻게 하셨다. 이렇게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돌린다.
2024년 한 해 수기를 기고해주신 김범섭 선교사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이 브라질 선교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