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00년 만에 처음 외친 말 “아멘”
[라이프] 100년 만에 처음 외친 말 “아멘”
  • 글 | 김선자(몽골, 기쁜소식울란바토르교회 사모)
  • 승인 2025.01.1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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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호 기쁜소식
포토 에세이

 

11월 1일, 유로솜에 다녀왔다. 유로솜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약 350km 떨어진, 러시아와 가까운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는 지난주 금요일 복음을 듣고 구원받은 알탕자야가 살고 있다. 알탕자야는 베르 자매님의 동생이다. 베르 자매님은 수십 년 동안 있던 암이 온몸에 퍼져서 극심한 고통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는 베르 자매님에게 아주 절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자매님은 2년이 지난 오늘까지 마음이 암에 정복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신다. 
이곳 유로솜은 베르 자매님이 어릴 때 살았던 곳이다. 이곳에 계신 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자매님도 함께 갔다. 
울란바토르에서 새벽 5시 50분에 출발했다. 베르 자매님은 체온 조절이 잘 안되어 갑자기 체온이 뚜욱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자매님을 위해 몇몇 가지를 준비했다. 핫팩, 뜨거운 물, 간식 등등.
출발하는데 눈이 많이 오고 있었다. 거기다가 안개까지 끼었다. 모두 긴장이 되었다. 
“하나님, 오늘 전도 여행 모두 안전하게 다녀오도록 도와주세요.”
2시간을 달리자 해가 나왔다. 조금 전에 보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았다. 몽골의 하늘은 정말 푸르고 깨끗하다. 
12시쯤 유로솜에 도착했다. 유로솜은 한적했다. 집마다 마당을 꾸며놓았다. 알탕자야는 일곱 명의 사람을 불러모았다. 처음 만난 분들이지만 모두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의 남편인 김두연 선교사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었다. 감사하게도 이 사실이 믿어진다며 좋아하셨다. 
인사를 나눈 뒤 100세 된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할머니가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라서 만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함께 있던 딸도 나가라며 쫓아냈다고 했다. 할머니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무튼 그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케이크며 선물을 가지고 들어갔다. 
긴장된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먼저 할머니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할머니의 아들이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들의 죽음을 보면서 할머니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저승사자가 아들도 데리고 갔으니 곧 나도 데리러 올 거야.’ 이 생각이 들면서 할머니는 두려워 잠을 못 자고 계속 화를 내셨다고 한다. 100세 된 할머니는 앞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신다. 하지만 총명하셨다. 
3중 통역으로 복음을 전했다.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남편이 한국말을 하면 전도사님이 몽골어로 통역하고 또 딸이 엄마 귀에 몽골어로 또박또박 천천히 이야기했다. 할머니도 말을 알아듣고 싶어서 마지막 조금 남아 있는 힘으로 들으려고 애를 썼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저절로 할머니를 위해 기도가 되었다. 
“하나님, 저분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십시오.”
아주 짧고 쉽게 할머니에게 복음을 전했다. 할머니는 모든 이야기를 알아들으셨다. 
“예수님의 피로 내 죄가 깨끗하게 씻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신 할머니가 갑자기 먼저 손뼉을 치셨다. 우리 모두 할머니를 위해 박수를 보냈다. 나도 모르게 감사의 눈물이 나왔다. 옆에 있던 딸이 할머니에게 “아멘!”을 가르쳐 주었다. 
“아멘!” 
할머니도 크게 외쳤다. 아멘은 할머니가 100년 동안 살면서 처음 해본 말이다. 모두 이 장면을 보면서 감격했다. 너무 감사했다. 함께 있던 모든 분들은 기적과 같은 장면을 본 것이다.
할머니는 “내가 잊을 수 있으니까 내가 기억해야 할 말을 적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100세 된 할머니는 말도 또박또박 잘하셨다. 할머니는 우리가 무얼 먹었는지 걱정하셨다. 딸은 우리를 위해 수태채(우유차)와 양고기 갈비국을 끓여 주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우리에게 선물까지 주었다. 큰 벽시계를 주셨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우리 같이 사진 찍으십시다.”
“그래, 그래. 내 모자 좀 가져와라.”
사진을 찍자고 하자 할머니는 모자를 찾으셨다. 머리를 다 깎으신 상태였는데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감사한 시간을 마음에 담고 유로솜을 떠났다. 먼 길을 달려와서 피곤도 몰려왔지만 이런 기쁨이 모든 피로를 씻어주었다. 늦은 밤 집에 도착했다.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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