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비행기
[오피니언] 비행기
  • 글 | 박남은(기쁜소식광주교회)
  • 승인 2025.01.13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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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호 기쁜소식
자연에서 배우다(9)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서 자유롭게 날고 싶은 꿈을 꾸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를 모방하여 비행기를 만들었다. 비행기는 큰 날개와 꼬리 날개, 조종사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동체, 그리고 이착륙을 할 수 있는 착륙 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의 날개와 꼬리, 몸통, 다리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자연에서 모방한 비행기 부품 _ 비행 속도에 따라 변하는 날개
미국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 학교의 별칭이자, 전투기 에이스 조종사를 의미하는 ‘탑건Top Gun’의 동명 영화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은, 날아오르는 전투기와 오토바이를 탄 주인공이 경쟁하며 질주하는 모습과 주인공 매버릭이 미그기MiG와 곡예 비행하듯이 역비행하는 장면이었다. 영화 ‘탑건’에 등장했던 전투기가 바로 미국 해군의 F-14 톰캣Tomcat이다.
일반적인 비행기가 새의 형상을 모방하여 설계되었다면, F-14는 새 가운데에서도 특히 비행 속도와 나는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사냥을 하는 맹금류의 날개 형상을 모방하여 접이식 날개variable-sweep wing를 적용해 제작된 항공기이다. F-14의 접이식 날개는 비행 중에 펼쳐진 상태로 뒤로 20~68° 사이에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으며, 비행 속도가 변함에 따라 최적의 양력-항력 비율로 날개를 유지한다. 이는 중앙비행제어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제어된다 .
독수리나 매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다가 먹이가 포착되면 강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날개를 접고 사냥하듯, 새의 가변 날개에서 영감을 받은 F-14는 낮은 속도에서는 날개를 펼쳐 더 큰 양력을 발생시켜 이착륙 성능을 향상시키고, 고속 비행 중에는 속도에 맞춰 날개를 접어 안정성을 높이고 항속 거리도 증가시킨다. 또한 가변 접이식 날개는 공간이 협소한 항공모함 갑판에서 날개를 뒤로 75°까지 접어서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오리에게서 영감을 받은 ‘날개-동체 혼합형’
근래에 테슬라의 우주 발사체인 스페이스X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으로 초음속 여객기 제작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초음속 여객기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만들었던 델타익기의 콩코드가 있었으나, 초음속 충격파에 의한 소음, 배기가스, 경제성 문제 등으로 2003년에 비행이 중단된 상태다. 
최근에는 몸체와 날개가 합쳐진 날개-동체 혼합 형태의 극초음속 여객기의 디자인 안을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노스룹 그루만사의 폭격기인 B-2 스피릿은 대표적인 날개-동체 혼합형 항공기로, 가오리의 몸체와 날개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오리의 날개는 물결 모양을 하고 있어 공기 흐름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물속에서도 뛰어난 기동성을 보여 발휘한다. 이러한 원리를 항공기 설계에 적용한 것이다. 
B-2 폭격기는 뛰어난 스텔스(레이더에 의한 탐지를 어렵게 하는 기술) 성능을 갖고 있는데, 가오리 형상의 평평하고 넓은 기하학적 형태의 혼합 날개-동체는 레이더 파를 분산시키고 반사된 신호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성능을 향상시키고 소음을 감소시키는 윙렛
항공기 사고 중에 맑은 날씨에 공항에서 이륙하던 소형 비행기가 갑자기 날개가 부러지는 사례가 있다. 원인은 대형 여객기가 이륙한 후, 여객기의 날개 끝에서 발생한 와류(나선형 공기 흐름)가 보이지는 않지만 대기 중에 남아 있어서 소형 비행기가 그 영역을 지나가다가 휘말린 것이다. 비행기의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와류는 다른 항공기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와류가 발생한다는 것은 큰 항력을 갖는다는 의미로 많은 연료를 소모하게 한다.
새의 날개는 날개 끝단에서 양력과 항력의 균형을 맞추어 비행 중 양력 생성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날개 끝은 날개 중앙보다 좁고 날카로워서 공기가 날개 끝으로 지나갈 때 발생하는 와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항력을 줄이고, 비행 효율을 높인다. 
여객기에 탑승해 창밖으로 날개를 보면 날개 끝이 꺾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새의 날개 끝 모양을 모방한 것이다. 

위 그림은 일반적인 비행기 날개 끝단(좌)과 여객기 날개 끝단(우)에서 발생하는 와류 모습을 그린 것으로 평평한 날개 끝단보다 끝이 휘어진 날개 끝단에는 작은 와류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날개 끝단의 모양 하나에도 항력을 감소시키고, 연료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비행 안정성을 증가시키고, 비행 중 소음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인간은 자연을 보며 꿈을 꾼다. 날아가는 새를 보고 비행기를 만들려고 했고, 새가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고 나는 것을 보고 비행기도 어떻게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연구했으며, 그것을 적용하여 최첨단 비행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자연을 모방하여 그와 유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창조주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이야말로 인류를 발전시켜 온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박남은 | 공학 박사. 조선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였으며, 전산유체역학을 이용한 한국형로켓 발사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졸업 후 한국항공우주산업(주)에서 T-50 전투기 개발과 수리온/LAH 헬리콥터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차세대 회전익기 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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